‘패터슨’의 주인공은 시내버스 운전사 패터슨(애덤 드라이버)이다. 패터슨은 미국 뉴저지주 패터슨시에서 살며 일한다.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도 오늘처럼 운전대를 두 손에 쥔다. 똑같은 노선을 반복해 오간다.
패터슨은 패터슨의 내부를 가로지른다. 내시경 같은 버스에 승객들을 싣고서.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지만 패터슨은 매일 짬을 내 시를 쓴다. 똑같은 풍경과 비슷한 사람들 얘기를 보고 들으며 이따금 새로운 언어에 새로운 심상을 심어 넣는다.
조금은 심심한 이 영화를 통해서 연출자인 짐 자무시 감독은 무슨 말을 하고팠던 걸까 궁금해졌다. 영화의 말미, 컴컴한 극장 속 의자에 몸을 파묻은 나에게 패터슨은 문득 은밀하게 속삭였다. ‘당신의 삶. 아침에 일어나고 점심을 먹고 저녁을 보낸다는 것. 하루하루를 그럭저럭 산다는 것. 그 자체가 예술이야. 쓸만한 작품을 단 한 개도 못 남긴대도 괜찮다고. 나 같은 사람은 이 우주에 나밖에는 없으니까.’ 오늘도 운전대를 잡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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