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하루하루 그럭저럭… 그 자체가 예술이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9일 03시 00분


영화 ‘패터슨’을 보며 4차원이나 평행우주에 존재할 ‘임희윤’이라는 도시를 상상했다.

‘패터슨’의 주인공은 시내버스 운전사 패터슨(애덤 드라이버)이다. 패터슨은 미국 뉴저지주 패터슨시에서 살며 일한다.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도 오늘처럼 운전대를 두 손에 쥔다. 똑같은 노선을 반복해 오간다.

패터슨은 패터슨의 내부를 가로지른다. 내시경 같은 버스에 승객들을 싣고서.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지만 패터슨은 매일 짬을 내 시를 쓴다. 똑같은 풍경과 비슷한 사람들 얘기를 보고 들으며 이따금 새로운 언어에 새로운 심상을 심어 넣는다.

조금은 심심한 이 영화를 통해서 연출자인 짐 자무시 감독은 무슨 말을 하고팠던 걸까 궁금해졌다. 영화의 말미, 컴컴한 극장 속 의자에 몸을 파묻은 나에게 패터슨은 문득 은밀하게 속삭였다. ‘당신의 삶. 아침에 일어나고 점심을 먹고 저녁을 보낸다는 것. 하루하루를 그럭저럭 산다는 것. 그 자체가 예술이야. 쓸만한 작품을 단 한 개도 못 남긴대도 괜찮다고. 나 같은 사람은 이 우주에 나밖에는 없으니까.’ 오늘도 운전대를 잡으라고.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영화 패터슨#짐 자무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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