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2 솔져스’는 전형적인 ‘전쟁 블록버스터’다. 왜 이 비극적인 전쟁이 벌어졌는가, 혹은 전쟁이 세계에 어떤 상처를 남겼나 따위의 철학적인 고찰은 희미하다. 조국이 처참하게 당했고,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보복에 나설 뿐이다. 죽고 죽이는 피 냄새 물씬 나는 전투 장면이 러닝타임 130분 내내 이어진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 이후 첫 번째 반격에 나선 12명의 미군 최정예 특전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는 초반부터 미국이 벌인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역사를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짚으며 9·11테러까지 내달린다. 전쟁의 당위성은 이처럼 빠르게 설명된 뒤 ‘본론’으로 들어간다.
단, 12명의 특전사가 우즈베키스탄을 넘어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가 5만 명의 적군에 맞서 탈레반 점령지를 탈환하기까지의 20여 일이 순차적으로 담겨 있다. 그 과정에서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잔인함, 그리고 수적 열세에도 승리를 이끌어내는 용맹한 군인들의 모습이 동시에 부각된다. 12명의 군인은 사지로 뛰어드는 데 한 치의 망설임이 없다. 조국을 위해, 가족을 위해 그저 직진이다.
그렇다면 영화로 전쟁을 소비하는 ‘전쟁 블록버스터’로서의 목표는 달성했는가. 답은 ‘그렇다’다. 특히 최정예 특수부대를 이끄는 캡틴 역을 맡은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의 굵직한 액션 연기가 돋보인다. ‘진주만’ ‘블랙 호크다운’을 제작해 잇달아 성공시키며 ‘미스터 블록버스터’란 별칭까지 얻은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에 나선 작품답게 스케일 역시 남다르다. 험준한 사막에서 말을 탄 채 총을 쏘며 내달리는 특전사들의 모습은 여태껏 여느 전쟁 영화에선 보지 못한 참신한 비주얼이다. 31일 개봉. ★★★(별 5개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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