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의 인생’이란 것은 ‘제1의 인생’ 속에서 다음 인생을 완벽하게 설계했을 때에나 잘 굴러간다. ―골목의 전쟁(김영준·스마트북스·2017년) 》
TV 프로그램 ‘윤식당2’를 즐겨 본다. 연예인 4명이 스페인 테네리페섬의 한 마을에서 식당을 차리고 현지인들에게 한식을 파는 과정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예쁜 골목모퉁이에 자리 잡은 식당엔 항상 웃음꽃이 넘친다. 직원이 실수로 김치전을 망쳐도 사장은 크게 나무라지 않고, 손님이 없으면 내일을 기약하며 가게 문을 닫는다.
물론 이는 TV 안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다. 실제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매출이 얼마인지, 인근에 경쟁자가 될 만한 가게가 들어서는 건 아닌지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 치솟는 임차료와 인건비 걱정도 머리를 짓누른다. 많은 샐러리맨들이 직장을 관두고 창업의 꿈을 꾸다가도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에 감사하며 또 하루를 버티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 주변엔 마지못해 자영업의 길에 들어선 이도 적지 않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취업자의 약 25%, 550만 명가량이 자영업자다. ‘문과든 이과든 돌고 돌아 치킨집’이라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20, 30대는 극심한 취업난에, 구조조정을 피하지 못한 중년 가장들은 퇴직금을 밑천 삼아 앞다퉈 골목 상권으로 뛰어든다.
그러나 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특히 사업 아이템을 철저히 공부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몇 년 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연어 무한리필 가게’들이 한순간 자취를 감췄다. 러시아의 경제제재로 수요가 줄면서 급락했던 노르웨이 연어 가격이 제재가 다시 풀리자 두 배 가까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근거 없는 낙관도 경계해야 한다. 기업에서 승승장구했던 이들은 창업도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가 잘나갔던 이유는 회사라는 든든한 ‘빽’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일침을 가한다. 골목은 모두가 맨손으로 싸우는, 개인의 역량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전쟁터라는 얘기다.
어떤 사람이 골목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저자는 이렇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프랜차이즈와 차별화되고, 조금이라도 우위를 가질 수 있다면 도전하라고. 자영업이야말로 ‘노력의 배신’을 가장 절실하게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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