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맞아야 내 옷? 헐렁한 매력 올해도 계속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30일 03시 00분


‘오버사이즈 룩’ 존재감 과시

실용성과 멋,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오버사이즈 룩’의 유행이 계속되고 있다. 과장된 어깨선과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아우터는 물론이고 상의와 하의 역시 모두 넉넉하게 입는 게 올해 오버사이즈 룩의 핵심이다. 왼쪽 사진은 메종 마르지엘라의 2018 봄여름(SS) 컬렉션.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이번 시즌 오버사이즈 룩의 핵심은 성별 구분이 모호한 ‘젠더리스(Genderless)’다. 남성복 브랜드인 준지는 봄여름(SS) 컬렉션에 여성 모델을 세워 넉넉한 셔츠를 선보였다(오른쪽 위 사진). 요지 야마모토는 남성복에 화려한 패턴을 넣어 전통적인 성 고정관념을 타파했다.(오른쪽 아래 사진)
실용성과 멋,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오버사이즈 룩’의 유행이 계속되고 있다. 과장된 어깨선과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아우터는 물론이고 상의와 하의 역시 모두 넉넉하게 입는 게 올해 오버사이즈 룩의 핵심이다. 왼쪽 사진은 메종 마르지엘라의 2018 봄여름(SS) 컬렉션.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이번 시즌 오버사이즈 룩의 핵심은 성별 구분이 모호한 ‘젠더리스(Genderless)’다. 남성복 브랜드인 준지는 봄여름(SS) 컬렉션에 여성 모델을 세워 넉넉한 셔츠를 선보였다(오른쪽 위 사진). 요지 야마모토는 남성복에 화려한 패턴을 넣어 전통적인 성 고정관념을 타파했다.(오른쪽 아래 사진)
영원할 것 같던 ‘스키니’ 열풍이 꺾였다. 팔뚝이 겨우 들어갈 만한 바지통에 다리를 욱여 넣고 몸에 딱 맞는 티셔츠를 입기 위해 배에 힘을 줘야 했던 시기는 지났다. 정형화된 스타일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오버사이즈 룩’ 열풍은 지난해부터 올해 봄여름(SS) 시즌까지 이어지며 존재감을 확고히 하고 있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다는 패션 브랜드들은 2018 SS 컬렉션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몸의 해방’을 외치며 과장된 어깨선과 넉넉한 품의 옷들을 선보였다. 올해 오버사이즈 룩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아우터는 물론이고 상의와 하의까지 모두 크고 길게 매치해야 한다. 셀린느는 옅은 카키색의 오버사이즈 수트에 넓은 어깨와 볼륨감이 돋보이는 아우터를 매치했다. 어깨선을 타고 발목까지 길게 내려오는 트렌치코트는 온 몸을 뒤덮어 마치 드레스를 보는 것 같다. 스텔라 매카트니와 씨바이 끌로에 역시 흩날리듯 몸을 타고 떨어지는 소재의 오버사이즈 팬츠와 셔츠를 매치해 여유로운 매력을 드러냈다.

2018년 오버사이즈 룩의 또 다른 특징은 성별의 경계가 흐릿하다는 것. 몇 년 전 오버사이즈 룩이 막 주목받기 시작했을 때는 ‘남자친구의 옷장에서 꺼내 입은 듯’ 소화하라는 게 불문율이었다. 다소 여성 중심적이었던 오버사이즈 룩은 이제 성별 구분이 모호한 젠더리스(Genderless)로 저변을 넓혔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남성복 브랜드 준지는 올해 SS 컬렉션 런웨이에 아예 여성 모델을 세웠다. 소매가 길어 손끝이 보이지 않는 셔츠와 아우터는 여성과 남성 모두 오버사이즈로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반대로 마치 여자친구의 옷장에서 꺼내 입었을 법한 옷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요지 야마모토는 위아래 통일감 있는 오버사이즈 수트에 기하학적인 붉은 패턴을 적용해 몽환적인 매력을 표현했다. 화려한 색채는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오버사이즈 룩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오버사이즈 룩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명품 브랜드 샤넬의 창시자인 가브리엘 샤넬을 빼놓을 수 없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여성들은 남자들의 빈자리를 채우며 사회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코르셋이나 페티코트처럼 숨도 쉴 수 없게 몸을 옭죄는 옷은 일하는 여성에게 거추장스러웠다. 남성의 속옷으로만 쓰이던 저지를 여성의 겉옷으로 만들고, 때로는 남자친구들의 옷을 훔쳐 활동성 있는 새로운 옷으로 재탄생시키며 ‘몸의 해방’을 부르짖었던 샤넬의 디자인 철학이 각광받았던 이유다.

오버사이즈 룩은 1970, 80년대 다시 한 번 새 바람을 일으켰다. 이 역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두드러졌던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렸다. 어깨를 부풀린 파워 숄더, 과장된 실루엣을 만드는 오버사이즈 등 풍성한 실루엣의 옷은 경제 활동에 뛰어든 여성들의 당당함을 표현했다. 바지를 입는 여성이 늘면서 통이 넓은 와이드 팬츠도 등장했다.

이렇듯 오버사이즈 룩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사회적 의미를 표현해 왔다. 성별을 구분할 수 없는 모호한 실루엣과 전통적인 성 고정관념을 벗어난 무늬와 색채가 가득한 이번 시즌의 오버사이즈 룩 역시 뭔가 좀 다르다. 여성의 대상화를 반대하는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과 동성결혼 합법화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일어나는 현 시대를 패션으로 표현한 것이 지금의 오버사이즈 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봄과 여름, 편안함과 멋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오버사이즈 룩을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오버사이즈 룩#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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