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든 안 보이든 늘 거기에 있는 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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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 두산갤러리, 작가 5인 기획전

강동주 작가의 ‘155분 37초의 하늘’. 2013년 서울 청량리에서 영등포를 왕복하며 촬영한 밤하늘을 156개의 캔버스에 옮겨 그렸다. 두산갤러리 제공
강동주 작가의 ‘155분 37초의 하늘’. 2013년 서울 청량리에서 영등포를 왕복하며 촬영한 밤하늘을 156개의 캔버스에 옮겨 그렸다. 두산갤러리 제공
우연히 들른 거라면 괜히 왔단 후회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기획전 ‘우리는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첫인상은 좀 휑하다. 바깥에 쇼핑몰 윈도처럼 전시된 작품부터 살짝 과학박람회 분위기. 안에 들어서도 금방 적응되진 않는다. 훅 밀려든 온기에 안경에 김이 서린 기분이랄까. 갈팡질팡.

그래도 커피 물 끓을 시간 정도만 찬찬히 걸음을 옮겨 보자. 전시를 마련한 큐레이터 3인(김민정 송고은 신지현)의 의도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뭔가 심심한데 뿌연, 딱 걸리진 않는데 궁금한. 우리가 쉽게 ‘우주’라 부르지만, 실은 쥐뿔도 아는 게 없는 광활한 무대. ‘우리는 별들로…’는 인류의 근원이자 사유의 출발점이 되어준 별나라를 비추고 있다.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이란 이름 아래 기획자들이 엄선한 작가는 모두 5명. 솔직히 그들의 작품에 모두 별이 담겨 있다곤 말 못하겠다. 하지만 분명히 별빛은 보인다. 예를 들어 강동주 작가의 유화 ‘155분 37초의 하늘’은 왠지 쓸쓸하지만 항상 그곳을 버티는 밤의 어둠이 존재한다. 보이든 안 보이든 거긴 별빛이 있으리니. 김윤철 양유연 전명은 작가 작품 역시 ‘스페이스 오디세이아’가 넘실거린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박민하 작가의 17분짜리 영상 ‘Cosmic Kaleidoscope(우주 만화경)’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할 만하다. 좀 불편한 사운드가 귓등을 때리겠지만, 그게 또 요상하게 온몸을 휘감는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외계. 달에 사는 토끼의 진짜 이름은 뭘까. 감히 스포일러를 저지르면 답은 ‘없다’.

정진우 큐레이터는 “2007년 개관한 두산갤러리는 2011년부터 신진 큐레이터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다”며 “몇몇 큐레이터에겐 미국에 있는 ‘두산갤러리 뉴욕’에서 기획전 기회도 제공하는 등 해외 활동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모두 잘 되면 좋겠다.

다음 달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갤러리. 02-708-5050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우리는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두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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