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캣츠’의 무대는 인간이 아닌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시리얼 박스’ ‘비누 박스’ ‘피자 박스’ ‘자동차’ ‘라디오’ 등 무대 위 모든 소품은 고양이의 시선으로 3∼10배 확대돼 만들어졌다. 여느 뮤지컬과 달리 오케스트라 피트석도 관객에게 노출되는 무대 앞이 아닌 안 보이는 옆 공간에 숨겨져 있다. 고양이 세계에서 인간의 등장은 판타지를 깰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캣츠는 오프닝 때 객석 뒤와 옆에서 고양이 30여 마리가 출몰한다. 인터미션과 공연 도중 고양이들이 무대에서 내려와 통로를 따라 움직이며 관객에게 장난을 걸기도 한다. 가까이서 장난스러운 고양이들의 모습을 즐길 수 있는 좌석은 ‘젤리클석’으로 불린다. 이번 공연에선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AB열 사이, BC열 사이, CD열 사이, DE열 사이 등 총 4개의 통로가 고양이들의 주된 이동 경로가 된다. 이들 통로와 무대 사이에 연결된 다리 4개 위에는 쓰레기 사진들이 프린트된 방염 거즈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캣츠의 무대 배경이 고양이들이 거주하는 쓰레기장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무대 장치는 고양이들의 ‘눈’을 표현한 ‘캣츠아이’다. 암전된 무대에서 고양이들의 눈만 빛나는 장면은 작품의 백미 중 하나다. 조성환 캣츠 협력 프로듀서는 “한 쌍으로 이뤄진 캣츠아이는 LED 전구로 만들었으며 총 200개가 설치됐다”며 “낱개로 제작한 것까지 합치면 총 480개의 LED 전구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1층 관객에겐 보이지 않는, 2∼3층 관객에게만 보이는 캣츠의 특별한 무대도 있다. 말버러 담배, 코닥 필름 라벨, 지구본, ‘SEOUL TOUR’라고 적힌 무대 바닥의 그림들이다. 조 협력 프로듀서는 “경사진 무대로 인해 무대 바닥에 그려진 그림 일부가 1층 관객들에겐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무대 한가운데 설치된 자동차 번호판에는 ‘NAP08’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는 캣츠 무대 디자이너인 존 내피어의 약자 NAP과 한국에서 제작된 8번째 캣츠 프로덕션을 의미하는 08을 합친 것이다.
캣츠 마지막 장면은 ‘메모리’ 넘버의 주인공 그리자벨라가 꾸민다. 천상의 세계로 올라가기 전에 그리자벨라는 지름 3m의 타이어에 올라탄 뒤 무대 위 12m 높이까지 날아올라 점점 관객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 장면의 비밀은 플라잉 장치, 와이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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