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축 무리의 일부분만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가면 나머지 가축들은 제일 앞서가는 것의 뒤를 따른다기보다는 자기 주위에 있는 가축들의 움직임에 따라서 계속 앞으로 평화롭게, 그리고 기계적으로 움직인다.―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디니·21세기북스·1996년) 》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맛집을 찾는 사람들’이었다. 특정 음식점에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맛집 방문 경험을 올리는 사람이 늘면서 이런 쏠림 현상이 더 심해졌다. 처음 가보는 동네에서 인터넷 검색창에 ‘경리단길 맛집’ 같은 키워드를 쳐보는 건 기본이 됐다.
옆에 있는 양들을 따라 움직이는 양처럼 타인의 경험을 근거로 맛집을 찾는 사람 모두 저마다 최선의 선택을 한다. 하지만 선택을 위한 정보 수집과 처리에는 한계가 있다. 그럴 때 타인의 경험은 중요한 자원이 된다. 타인의 경험이 많이 나올수록 신뢰도는 높아진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타인의 경험을 축적하기 쉬워지며 신뢰도를 따지기도 더 수월해졌다.
인간은 경험에 호의적이다. 판단 기준의 첫 번째는 내 경험이고, 그게 없다면 타인 경험을 참고한다. 내가 찾은 맛집이 맛이 별로이거나 불친절해도 맛집을 찾은 행동 자체를 타당하게 여기고 싶어 한다. 음식 맛이 없었다면 ‘내 미각이 둔하다’고 생각하고, 불친절하면 ‘그게 이 집의 매력’이라고 여기는 자기 방어 논리를 작동시킨다. 무엇보다 맛집에 다녀왔다는 사실이 다른 불만을 상쇄시킨다. 맛집에 방문했던 타인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얻은 감정적 교감과 유행에 뒤처지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주는 만족 또한 크다.
유의해야 할 점은 이런 심리를 부당하게 이용하는 자들이다. 블로그 후기를 조작하거나 식당 앞에 사람을 동원해 긴 줄을 세우는 속임수가 난무한 세상이다. 스마트폰 배달 애플리케이션 리뷰 관리를 대행하는 업체도 생겨났다. 맛집 방문으로 심리적 만족감이 매우 크다면 그런 속임수 자체를 외면하는 게 여러모로 이득일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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