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종다기한 세계의 복잡한 실재를 단순한 언어와 사고 틀에 구겨 넣을 때 나오는 구김살이 바로 예외인 것이다.―예외: 경계와 일탈에 관한 아홉 개의 사유(강상중 외·문학과지성사·2015년)》
저자(공저자 이충형 경희대 철학과 교수)는 묻는다. 예외를 대하는 당신의 태도는 어떠한가. 왼손으로 밥을 먹었다고, 안경을 썼다고, 머리 염색이나 문신을 했다고, 초상집에 붉은 옷을 입고 가거나 국회에 흰 바지를 입고 등원했다고, 어쨌든 단지 특이한 행동을 했다고 도덕적 비난을 받거나 타인을 비난한 적이 있는가?
돌이켜 보건대 ‘나는 그런 적이 없었노라’고 대답하긴 힘들 것 같다. 아니, 정확히는 예외를 맞닥뜨리자 상대방을 그르다고 한 적이 있었다. 질문에 꼭 들어맞는 사례는 아니라 할지라도.
세계의 복잡한 실재를 언어와 사고 틀에 잘 맞춰 넣은 것이 규칙을 따르는 전형이고, 여기에 맞춰지지 않는 구김살이 우리가 예외로 간주하는 것들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문제는 전형과 예외를 구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가치와 규범도 부여한다는 점이다. 대체로 전형은 바르고 좋고 중요한 것이고, 예외는 그르고 나쁘고 무시할 만한 것이라 생각한다. 집단을 이룬 사람들은 예외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배제하거나 응징하려는 성향이 있고, 개인들은 생존을 위해 믿음, 기호, 행동을 집단에 일치시키려는 성향이 있다.
만약 이런 사고가 굳어진다면? 다수가 소수를 탄압하는 건 예외를 물리치기 위한 전형적인 일이 될지도 모른다.
저자는 ‘인류의 생존뿐 아니라 번영에도 다수와 다르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크게 기여하지 않았을까’라는 추측을 내놓는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캐스 선스타인의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익이 되지만, 동조하는 사람들은 그 자신에게만 이익이 된다’는 말은 이를 뒷받침하기에 유효하다.
고대 그리스 학자 플라톤은 예외 없는 세상을 꿈꿨다. 바로 이데아다. 숙련된 도살자가 소의 살을 명확히 가르듯 현명한 철학자는 자연을 마디마디 명확히 자를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플라톤이 원했던 것처럼 복잡다단하고 다양한 사고와 관습과 기호를 이견을 달 수 없을 정도로 가를 수 있을까. 물음에 대한 답은 어렵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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