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에서 폭발적인 공연을 펼친 일본 록 밴드 ‘원 오크 록’. 왼쪽 아래에서 시계 방향으로 다카(보컬), 료타(베이스기타), 도루(기타), 도모야(드럼). 영국 유명 매거진 ‘록 사운드’는 이들을 지난해 ‘최우수 해외 밴드’로 선정했다. 다카는 한때 아이돌 그룹 멤버였지만 결국 영혼을 흔든 록 음악에 투신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원 오크 록 제공
10대 시절에 꿈꾼 대로 사는 것. 그건 그저 예쁘장한 신기루일 뿐일까.
2일 저녁 서울 송파구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 무대 위 드러머 도모야(31)의 상반신이 드럼 큰북 위로 엎어졌다. 마지막 곡 ‘완전감각 드리머(完全感覺 Dreamer)’의 피날레를 양팔 들어 내려친 직후였다. 일본 록 밴드 ‘원 오크 록(One Ok Rock)’ 아시아 순회공연의 대단원. 그리고 탈진. 네 명의 젊은이는 무대 위에 자신들의 젊음, 그 자체를 모두 쏟아부었다.
○ 새벽 1시, 꿈이 피어난 시간
2005년 도쿄에서 결성된 4인조 밴드 원 오크 록은 다음 달 일본 4대 돔구장(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투어에 돌입한다. 수십만 관객이 네 청춘 앞에 몰려든다.
힙합과 전자음악이 득세하는 시대에 거친 하드 록으로, 슈퍼스타만 가능하다는 ‘돔 투어’에 닿았다. ‘아시아 출신 세계 록 스타’라는 미답지도 머지않았다. 2016년 세계적인 밴드 ‘트웬티 원 파일러츠’가 속한 미국 유명 음반사 ‘퓨얼드 바이 라멘’과 계약한 뒤 지난해 월드투어를 시작했다.
2일 공연 대기실에서 이 놀라운 젊은이들을 만났다. “팀명은 영어 ‘원 어클락(1 o‘clock·1시)’에 착안해 지었어요. 서구의 팬들은 이걸 ‘원 오케이 록(하나의 괜찮은 록)’으로 읽더라고요. 그러니까 우리 팀은 ‘좋은 록 음악이 탄생하는 시간’을 뜻하는 셈이죠.”(보컬 다카·30)
밴드 이름에 왜 시간을 박아뒀을까. 새벽 1시를 잊을 수가 없었다. 꿈 많던 네 명의 10대가 모이던 시간. 가난했던 밴드 초기, 연습실 대여료가 가장 싼 시간에 모여 연주를 하며 이들은 꿈을 꿨다. 월드투어, 돔 투어…. 그저 솜사탕처럼 달콤한 꿈일 줄 알았다. 13년이 흐른 지금, 다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예쁜 집을 장만했고, 미국 록 스타(‘트웬티 원 파일러츠’의 조시 던)를 동네 친구로 뒀다.
○ 13년, 봉인된 젊음의 시간
이날 원 오크 록의 공연은 명성 그대로였다. 일본 전통 장인(匠人)의 정교함과 미국 록 스타의 자유분방함. 두 가지가 황금비율을 이뤘다. 료타(29)는 웃통을 벗은 채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멤버 플리처럼 베이스기타를 난타했고, 다카는 무대를 날 듯 종횡하며 성대로는 외줄을 탔다. 정확한 음정으로 가창과 절규 사이를 오갔다.
“지금 저희에게 젊음이란 폭발이 아니에요. 열심히 따라잡아야만 하는 것이죠.”
이들의 노래 ‘The Beginning’은 뮤직비디오 조회 수 1억 건을 넘겼다. 신기루 같은 꿈을 마침내 부여잡고 보니 어느덧 30대 언저리. “‘20대의 원 오크 록을 어떻게 하면 이겨볼 수 있을까.’ 지금 저희가 열심히 연습하는 마음은 이것뿐입니다.”(다카)
“몇 년 전만 해도 월드투어는 그저 꿈이었다”는 이들에게, 열악한 상황에서도 록에 투신하는 한국 청소년들에게 전할 조언을 구했다. “정말 하고 싶은 것, 가고자 했던 처음의 방향만은 지키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원 어클락, 밴드가 이름에 아로새긴 인장 같은 기억, 그 피땀의 시간. 스타가 된 지금 이들에게 오전 1시는 어떤 의미일까. 어느덧 유부남이 된 료타와 도모야는 “아이를 재우는 시간”이라며 멋쩍어했다.
“어이, 도루. 너는 아마 술집에 있겠지?”(다카) “야, 뭐야. 아냐. 아니라고!”(기타리스트 도루·30) 네 친구가 서로를 보며 파안대소했다. 꿈의 아이들은 아직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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