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는 각각 라디오헤드, 재즈, 아시아 대중음악…. 음악은 잘 몰라도 글맛과 이야기를 좇다 보면 책장이 넘어간다.
음악평론가 권범준 씨의 ‘라디오헤드 OK 컴퓨터: 1992∼2017 라디오헤드 앨범 가이드’(여름의숲)는 광적인 팬이 음악이란 실타래 하나 쥐고 들어간 미로의 기록이다. 미로란 라디오헤드의 음악세계다.
데뷔 앨범 ‘Pablo Honey’부터 최근작 ‘A Moon Shaped Pool’까지 각 음반과 주요 곡을 돌아봤다. 라디오헤드의 ‘Daydreaming’ 뮤직비디오를 해설하는 대목을 보자. 영상 속에 등장한 9명은 라디오헤드가 발표한 정규앨범의 수, 문 23개는 보컬 톰 요크가 전 연인과 함께한 23년, ‘비상구’ 표시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장면은 브렉시트에 대한 환멸을 뜻한다는 게 저자의 해석이다. ‘아트 록 밴드로 평가받고 있지만, Creep의 다른 버전을 수없이 쓸 수 있는 밴드’라는 게 이 불가사의하고 아름다운 밴드에 대한 평이다.
재즈평론가 남무성 씨의 ‘재즈 잇 업’(서해문집)은 재즈 입문자용 만화로 최고다. 2003년 처음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고, 일본 유명 재즈 전문지 ‘스윙저널’에도 연재됐다. 남 씨는 “3년 전 절판된 뒤 권당 10만 원까지 가격이 뛰는 걸 보고 보완 출간을 생각했다”며 “그림 70%를 다시 손보고, 재즈 형성에 기여한 음악가 W C 핸디, 최초의 재즈 녹음, 전 매니저에게서 직접 들은 쳇 베이커 죽음의 미스터리 등의 내용을 추가했다”고 했다.
라디오헤드나 재즈는 알아도 캄보디아 록 밴드 ‘박세이 참크롱’이나 베트남 민중음악가 ‘쩐꽁선’을 모른다면 ‘변방의 사운드’(채륜)를 들춰볼 만하다. 국내 연구가인 신현준 이기웅부터 태국 음악평론가인 위리야 사왕촛까지 국내외 연구자 13명이 글을 모았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그간 들여다보지 못했던 아시아 팝의 넓은 스펙트럼과 역사적 배경은 생각보다 흥미롭다.
귀로 듣는 음악은 가끔 눈으로 읽을 때 진경을 보여준다. 그것을 좇는 지적 재미는 때로 청취의 경험을 초월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