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재미동포 작곡가 “신명나는 국악, 뉴욕서도 뜨거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6일 03시 00분


코리안심포니 상주작곡가 재선정 “대금 활용한 협주곡 구상 중”

2014년 미국 뉴욕 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린 ‘한국 페스티벌’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이수연 씨(왼쪽). 대금 연주자와 자신이 작곡한 ‘흩어지는 바람(Scattered Wind)’을 협연했다. 이수연 씨 제공
2014년 미국 뉴욕 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린 ‘한국 페스티벌’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이수연 씨(왼쪽). 대금 연주자와 자신이 작곡한 ‘흩어지는 바람(Scattered Wind)’을 협연했다. 이수연 씨 제공
“얼씨구 좋다!”

구수한 우리 소리와 피리 연주…. 지난해 2월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무대에 오른 ‘시너지’와 ‘피리협주곡’에는 한국의 정서가 진하게 묻어났다. 2015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상주작곡가로 1년간 활동한 재미동포 작곡가 이수연 씨(42·사진)의 작품들이다. 그는 올해 22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다시 상주작곡가로 선정됐다. 미국 뉴욕에 사는 그를 2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열두 살 이후로 미국에서 살았지만 국악이 그렇게 좋았어요. 목사인 아버지가 한국에 다녀오실 때마다 구해주신 국악 음반을 듣고 또 들었죠.”

오케스트라와 소통하고 작품을 협연하는 상주작곡가는 흔치 않은 기회다. 그는 “국악에 대한 열정으로 좋은 점수를 얻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원래 공학도였다. 정보기술(IT) 붐이 한창인 시절 부모의 권유로 미국 새너제이주립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다. 한데 오가며 듣던 음악 수업에 인생이 바뀌었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치고 교회에서 노래를 부르며 음악과 가까이 지냈어요. 부전공을 할 생각으로 음악 수업을 듣는데 언제부턴가 제가 자꾸 곡을 분석하고 있더군요. 결국 작곡과로 전공을 바꿨죠.”

이후 미시간대 작곡과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뉴욕으로 갔다. 유튜브와 책으로 국악을 배웠다. 이따금 뉴욕의 아마추어 한국 연주자와 교류했지만 갈증은 풀리지 않았다. 2016년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2주간의 워크숍은 단비 같은 시간이었다.

“서울과 전남 진도를 오가며 전통 가락과 장구 피리 대금 등 악기를 배웠어요. 짧은 시간이지만 국악의 맛을 익힐 수 있었죠. 이후 두 달간 몸과 마음으로 체득한 가락을 쏟아내 ‘시너지’를 완성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음악가의 천국’인 뉴욕에서도 국악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유명 작곡가인 조지 크럼과 루 해리슨도 한국 음악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바이브레이션이 강한 국악의 음색은 깊고 슬프면서도 신명납니다. 최근 핫한 아프리카 음악 못지않죠. 요즘은 대금을 활용한 곡을 구상하고 있어요.”

그는 각종 페스티벌에서 창작곡을 선보이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12년에는 클래식 음악잡지 스트링이 선정한 ‘현악계를 한층 더 발전시킬 25인의 작곡가’에 이름을 올렸다.

“뉴욕에서 동양인 작곡가로 살아가는 일이 녹록지는 않지만 후회는 없어요. 국악을 제대로 공부해서 동서양의 하모니를 선보이고 싶습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이수연#코리안심포니#코리안심포니 상주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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