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문화계로도 확산됐다. 최영미 시인(57)은 '괴물'이라는 시로 한 남성 원로 시인의 성희롱 행위를 묘사했다.
최영미 시인은 지난해 계간 '황해문화' 겨울호에 '괴물'이라는 시를 발표했다.
시의 내용은 이렇다.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K의 충고를 깜빡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내가 소리쳤다/"이 교활한 늙은이야!"/감히 삼십 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미투 운동'이 확산되자, 해당 시도 동시에 화제가 됐다.
당사자로 지목된 원로 시인은 "언론을 통해 "30년 전 일이라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후배 문인을 격려하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 오늘날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하고 뉘우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최 시인은 "저는 우선 그 당사자로 지목된 문인이 제가 시를 쓸 때 처음 떠올린 문인이 맞다면 굉장히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는 상습범. 한두 번이 아니라 정말 여러 차례, 제가 문단 초기에 데뷔할 때 여러 차례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혹은 제가 피해를 봤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1992년에 등단하고 첫 시집을 94년에 냈는데 주로 제가 그 사이에, 93년 전후로 제가 문단 술자리 모임에 많이 참석했다"라며 "문단 초년생이니까 '이 동네가 어떤 곳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데 제가 그때 목격한 풍경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라고 했다.
최 시인은 "어떤 여성 문인이, 젊은 여성 문인이 권력을 쥔 남성 문인의 어떤 성적인 요구를 거절하면 그들은 복수를 한다"라며 "그들이 편집위원으로 있는 잡지가 있다. 문단에 메이저 문예 잡지가 있는데 문예잡지의 편집위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이 시 편집 회의를 하면서 그런 자신의 요구를 거절한 그 여성 문인에게 시 청탁을 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 여성 문인의 작품집에 대해서 한 줄도 쓰지 않는다"라며 "그녀가 나중에 어떤 작품집을 내고 싶어서 그 메이저 문학잡지를 내는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면 그 원고가 채택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의 피해, 그녀들의 피해가 입증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 작품이 좋지 않아서 우리가 거절한 거야', 이렇게 말한다"라고 덧붙였다.
최 시인은 "대부분의 경우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다. 그런데 그런 일이 몇 해 반복된다. 그러면 그녀는 작가로서의 생명이 거의 끝난다. 왜냐하면 메이저 문학잡지에서 그녀의 책이 나오지 않고 어떤 평론도 한 줄도 실리지 않는다면..."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본인도 오랜 기간 동안 시를 못 쓴 이유도 이와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 시인은 "제가 거절했던 그 요구는 한두 개가 아니고 한두 문인이 아니다"라며 "제가 문단에 처음 나왔을 때 제 나이가 30대 초반이었다. 젊고, 그때 제가 문단 술자리에서 저에게 성희롱을 하거나 성추행이라고 하나?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은 한 두 명이 아니라 수십명이다"라고 말했다.
최 시인은 "여성 피해자들이 아주 많다. 특히 '독신'의 '젊은 여성들'이 타깃이다"라며 "그리고 그 문단 구조상 거절하면 바로 피해가 간다. 예를 들면 어떤 여성분이 성추행 당한 걸 문제화하면 그 여성 문인은 나중에 어떤 문학상을 탈 때 문학상 후보에 오르지도 못하고 일단 후보 그 전에 평론하고, 원고가 회자되고, 또 대부분 문학 담당 기자들도 책임이있다고 저는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문사 문학 담당 기자들도 일부 가해자다"라며 "문학 담당 기자들은 대부분 평론가들 말을 아주 신뢰한다. 지나칠 정도로. 그래서 어떤 평론가나 몇 명의 평론가들이 '이 작품 좋지 않아' 그러면 그냥 그들은 그걸 무시하는 거다. 가치를. 기자들도 마찬가지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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