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문학 시장이 침체되면서 색다른 주제의 장르문학 공모전이 속속 생기고 있다. 기존 문학상들과 달리 소재의 다양성을 넓히고 독자들의 취향을 저격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스릴러 공포 판타지 공상과학(SF) 등 마니아층이 탄탄히 형성된 분야를 중심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장르문학전문 출판사인 황금가지는 ‘ZA 문학 공모전’을 운영 중이다. 올해로 6회째다. ZA는 좀비(Zombie)와 아포칼립스(Apocalypse·묵시)의 약자로 ‘좀비로 인한 세상의 종말’을 소재로 한 작품을 공모한다. 좀비장르만을 대상으로 하는 희귀한 문학상이지만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김준혁 황금가지 주간은 “한국에서 B급 문화로 취급돼온 좀비물이 최근 대중적 인기를 얻으면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기획했다”며 “단편, 장편을 공모하는데 계속 수상작이 안 나오던 장편에서 올해 처음 당선작이 나오며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응모작은 매년 150∼170여 편이다.
이 출판사는 얼마 전부터 음식 테마 장르소설 공모전을 표방한 ‘테이스티 문학 공모전’도 진행하고 있다. 방송, 영화 등 대중문화를 점령하며 강력한 파급효과를 내는 먹방콘텐츠를 문학과 결합시켰다. 매회 주제를 정해주는데 1회는 고기, 2회는 면으로 공모했다. ‘해피버스데이 3D 미역국’ ‘스파게티의 이름으로, 라멘’ 등 제목부터 개성이 넘치는 수상작을 묶어서 단행본으로도 출간했다.
문학동네의 장르소설 전문 임프린트(독자 브랜드)인 엘릭시르도 지난해 처음으로 추리·미스터리물을 대상으로 한 장·단편소설과 비평 공모전을 만들었다. 출판사에서 운영 중인 격월간 잡지에 수록할 장르문학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자는 취지로 제정한 상이다. 공모 작품은 모두 추리물로 제한했다.
출판사들이 이색 공모전을 운영하는 것은 마니아층을 통해 평균 2, 3쇄 이상의 판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장편으로의 개작이나 영화·연극 판권 계약으로 이어져 부가수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장르문학은 성격상 원소스 멀티유스로 이용될 수 있어 공모전을 통해 작가군이 많이 양성된다면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장르문학 공모전도 인기를 끌고 있다. 추리와 미스터리 및 기타 장르가 혼합된 카카오페이지와 CJ E&M의 ‘추미스’ 공모전, 독자들이 바로 투표해 수상작을 결정하는 ‘톡소다 BL(Boy‘s Love·남성끼리의 사랑을 다룬 장르) 소설 공모전’ 등이 있다. 웹소설은 최근 10, 2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연간 2000억 원대까지 시장 규모가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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