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영국 외교관 조지 노스의 원고가 큰 영향
“표절까진 아니어도, 노스의 원고가 셰익스피어의 정신적 배경 중 하나”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가 ‘리어왕’, ‘맥베스’ 등 희곡 11편의 창작을 위해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비공개 원고가 발견됐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다음 주 출간될 학술서 ‘반란과 반역자들에 대한 짤막한 담론: 조지 노스’의 저자 데니스 매카시는 책에서 “과제 표절 적발을 위해 대학 교수들에게 제공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노스가 쓴 원고 ‘반란과 반역자들…’이 셰익스피어 작품에 영감을 줬음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노스는 16세기 말 스웨덴 대사로 재직한 영국인으로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Lives)’을 처음 영어로 번역한 인물이다. 매카시는 “셰익스피어가 노스의 원고를 ‘표절’했다기보다는 자주 되풀이해 읽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과정에서 노스의 글이 셰익스피어의 언어 사용, 장면 구성, 작품 철학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매카시는 노스의 원고와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유사하게 쓰인 단어와 문구를 찾기 위해 최신 표절감식 소프트웨어 ‘W카피파인드’를 사용했다. 대표적 사례는 노스의 원고 서문과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 도입부 독백이다. “나는 몰골이 추하므로 악을 행하겠다”는 리처드 3세의 대사는 “스스로 추하다 여기는 이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노스의 글과 대조를 이룬다. 두 문장에 사용된 단어와 순서는 거의 똑같다. 매카시는 “이런 단어들이 다른 작가의 글에서 같은 순서로 쓰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책에 따르면 노스와 셰익스피어는 유사한 주제를 전하는 문장에서 종종 같은 단어 배열을 보여줬다. 노스는 “개나 인간이나 계급의 지배를 받는다”는 내용의 문장에서 개와 관련된 단어 6개를 사용했다. 책에서 매카시는 “셰익스피어는 ‘리어왕’과 ‘맥베스’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똑같은 단어를 썼다”고 밝혔다.
매카시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노스와 셰익스피어의 글 외에도 1473~1700년에 영어로 출간된 거의 모든 문학작품을 아우르는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다. 그 결과 두 작가가 공통적으로 쓴 문장과 유사한 문장은 거의 없었다. 두 작가가 사용한 단어들 중 일부는 같은 시대 쓰인 다른 글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버팔로대에서 컴퓨터과학과 연극을 전공하다 중퇴한 매카시는 2006년부터 셰익스피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마틴 마이젤 컬럼비아대 극작과 명예교수는 이 책에 대해 “논란이 있겠지만 노스의 원고가 셰익스피어의 정신적 배경에 영향을 준 것은 틀림없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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