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이 문단의 성폭력에 대해 폭로한 후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 기회에 잘못된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문단 권력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런 폭로가 있어야 세상이 변할 수 있다”, “철저히 수사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문열 소설가가 1994년 펴낸 단편 ‘사로잡힌 악령’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환속한 승려인 시인이 작가를 지망하는 여성들을 농락하고, 순문학계에서 설 자리를 잃자 저항문학의 선두에 선다. 그러나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상황이 바뀌자 저항시인의 탈을 벗어던진다는 내용이다. 당시 이 작품은 가해자로 지목된 원로 시인이 속한 민족문학작가회의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고, 이 씨는 작품의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 현재는 절판된 상태다. 최 시인도 2005년 출간한 시집 ‘돼지들에게’를 통해 우리 사회 지식인의 위선과 탐욕을 비판했다.
문단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출판 관계자는 “여성을 성추행하는 것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던 원로 문인 가운데 일부는 반성하고 문단의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폭력은 권력의 문제인 만큼 문학을 고시처럼 만들어 작품을 심사하는 ‘선생님들’에게 권위를 부여하고 등단 연도별로 서열을 매기는 것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 시인은 가해자를 법적으로 처벌하고 피해자들이 상담과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시인은 2016년 계간 ‘21세기 문학’ 가을호에 기고한 ‘질문 있습니다’를 통해 문단 성폭력을 고발했다.
일각에서는 최 시인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승철 시인은 7일 페이스북에 “자기 체험을 일반화해서 문단 전체에 만연한 이야기로 침소봉대했다. 먼먼 소싯적 얘기를 현재형으로 매도하는 건 조금 납득할 수 없다”고 썼다. 이어 “미투 투사들에 의해 다수의 선량한 문인들이 도매금으로 매도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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