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삶의 목표나 정해진 이상이 없는 것보다 치명적인 것은 목표를 잃은 자신의 상태를 용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나는 왜 작은 일에도 상처받을까(다장쥔궈·비즈니스북스·2017년)》
목표가 없어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다. 대학 졸업 후의 진로를 못 정해 갈팡질팡했다. 수년째 고시공부를 한답시고 책을 붙들고 있었지만 집중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길을 바꿔 취업 준비를 하자니 그저 막막했다.
그 시절 가장 무서운 것은 목표가 없다는 걸 누군가에게 들키는 일이었다.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는 말을 하는 순간, 남들에게 얼마나 한심하게 비칠지 뻔히 알기 때문이었다.
이때의 심리에 딱 들어맞는 표현을 이 책에서 발견했다. “그들에게 목표가 없다는 것은 벌거벗겨져 길에 내쳐진 것처럼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서 당장 몸을 가릴 천 조각을 구하느라 허둥댄다. 어떤 천 조각이든 관계없다. 일단 가리고 본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나 잘 아는 글쓴이 다장쥔궈는 베이징사범대와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심리상담사로 일하는 사람이다.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챗’에 ‘우리 마음에는 모두 병이 있다’는 글을 연재하면서 알려졌다. 달콤한 말로 순간의 위로를 주기보다 명쾌한 언어로 심리상태를 짚어낸다.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느끼는 왠지 모를 통쾌함은 생각보다 오래간다.
책에 따르면 목표를 세우기 전에는 반드시 암흑기를 거친다. 이 단계를 담담하고 침착하게 지나는 사람도 있지만 어째서 내 인생에만 암흑기가 있는지 전전긍긍하는 사람도 있다. 암흑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목표가 없는 상태는 피할 수 없지만 막막함의 크기는 마음먹기에 따라 줄일 수 있으니 겁먹지 말라는 게 저자의 조언이다.
목표 없는 시기를 탈출해 취업하고 일을 시작했지만 아직도 목표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은 수도 없이 쏟아진다. 당장 오늘 무슨 일을 할지, 향후 커리어플랜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 같은 것이다. 잘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시인하는 일은 지금도 어렵다. 그 상황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시간이 필요함을 설명할 수 있게 된 것만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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