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즉각적인 일에만 관심을 보인다. 문제가 즉시 드러나지 않고 그 형태도 명확하지 않으면 그저 무시하고 그 위험을 부정해버린다.―침묵의 봄(레이철 카슨·에코리브르·2011년) 》
1962년 ‘침묵의 봄’을 펴낸 생물학자 레이철 카슨은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인한 환경파괴의 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 세계적인 DDT 사용 금지를 이끌어냈다. 책 한 권이 대대적인 환경운동과 정책 변화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놨기 때문이다.
당시 DDT 사용 금지 운동으로 화학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농가는 DDT의 대안을 찾을 때까지 손해를 봐야 했고 소비자들도 높아진 농작물 가격을 감내해야 했다. 카슨은 이를 두고 “우리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며 “우리가 오랫동안 여행해온 길은 놀라운 진보를 가능케 한 너무나 편안하고 평탄한 고속도로였지만 그 끝에는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 가지 않은’ 다른 길은 지구의 보호라는 궁극적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당시 카슨의 지적은 지금 한국이 겪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 디젤차, 석탄화력발전소 등이 국내 요인으로 지목돼도 여론은 여전히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디젤차를 규제하면 영세업자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이면 전기료가 오르는 딜레마도 큰 과제다.
미세먼지의 발생 과정은 매우 복합적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 대체로 겨울철에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기여도가 50∼70% 수준을 유지하지만 한반도에 고기압이 자리하는 봄철에는 20∼40%로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뒤집어 보면 국내 발생 미세먼지의 기여도가 겨울철에는 30∼50%, 봄철에는 60∼80%에 육박한다는 얘기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꾸준히 미세먼지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을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변화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겠지만 우리가 누리고 있는 편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는 변화를 만들 수 없다. 어느 길을 걸을 것인가. 선택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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