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더러운 욕망 억제할 수 없었다” 공식 사과…성폭행은 부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9일 15시 36분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은 19일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양회성기자 yohan@donga.com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은 19일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양회성기자 yohan@donga.com
한국 연극계의 대표적 극작가 겸 연출가인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이 성추행 논란에 대해 19일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성폭행 의혹은 부인했다. 32년 역사를 지닌 극단 연희단거리패는 이날 해체됐다.

이 전 감독은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제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해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단원들이 항의할 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약속했지만, 번번이 제 자신을 다스리지 못해 큰 죄를 짓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성기 안마 논란에 대해 “극단 내에서 18년간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형태의 일이었다”며 “나쁜 짓인지 모르고 저질렀을 수도 있고 어떤 때는 죄의식을 가지면서 제 더러운 욕망을 억제할 수 없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기 지도를 하며 추행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성추행이라 생각한 줄 몰랐지만 그렇게 여겼다면 사죄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연희단거리패 전 단원 김보리(가명) 씨가 최근 폭로한 두 차례의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이 전 감독은 “성관계는 있었지만 폭력적인 방법으로 강제로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전 감독으로부터 2005년 성폭행을 당해 임신 중절 수술을 했다는 또 다른 전 단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해당 여성은 페이스북을 통해 “낙태사실을 안 이 전 감독이 200만 원을 건네며 미안하다고 했다. 그 이후에도 성폭행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 전 감독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글 중에 사실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다”며 “진실을 밝힐 법적 절차가 필요하고 결과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1986년 창단돼 32년간 이 전 감독이 이끌어온 극단 연희단거리패는 이날 해체됐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는 안마 논란을 알고 있었다며 “그것이 성폭력이라고는 인식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김 대표는 “저희의 인식이 이런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단원들과 논의한 끝에 연희단거리패는 없애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30스튜디오, 가마골소극장(부산 기장군) 등을 모두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이윤택 연출가가 예술감독을 맡아 운영한 부산 기장군의 가마골소극장. 동아일보 DB
이윤택 연출가가 예술감독을 맡아 운영한 부산 기장군의 가마골소극장. 동아일보 DB

밀양연극촌장인 하용부 인간문화재(63·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가 성폭행을 했다는 글도 19일 인터넷에 올라왔다. 이 전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김보리 씨는 2001년 하 촌장도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 촌장은 연희단거리패를 통해 “사실무근이다. 무고죄로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하 촌장은 이날 강릉에서 예정된 ‘2018 평창 문화올림픽’ 공연에 불참했다.

한국극작가협회에 이어 서울연극협회와 아시테지(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는 이날 이 전 감독을 회원에서 제명했다. 경남 밀양시도 이 전 감독이 2014년부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밀양연극촌의 무상 운영 계약을 이날 해지했다.

연극인들은 이 전 감독의 해명에 대해 ‘유체이탈화법’ ‘성범죄 사법처리의 한계를 계산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한 연출가는 “성폭행의 개념도 모른 채 사과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전 감독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이 17일 올라온 후, 이틀 만에 참여 인원이 2만 7000명을 넘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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