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개봉한 영화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하시마(端島) 탄광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아픔을 그렸다.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되긴 했지만 그들이 겪은 참담한 현실은 실제 역사다. 1939년부터 1945년 광복을 맞을 때까지 70만 명이 넘는 조선인이 일본 각지로 끌려가 지옥 같은 현실을 견뎌야 했다.
이 책은 일제의 조선인 동원이 왜 그렇게 폭력적이고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는지 당시 일본 정부의 각종 법령과 회의록, 통계 등을 통해 파헤친다. 저자는 일본 도쿄대 교수로 그동안 일제의 강압적인 식민지 정책을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연구해 온 학자다. “일제에 의해 엄청난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공통된 기억으로 해둔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집필 계기를 밝혔다.
일제의 강제연행은 식량 공출과 함께 조선인을 가장 고통스럽게 했다. ‘문어방’이라 불리는 감방생활을 강제했고, 가족을 일본으로 초청해준다는 약속 역시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2년간의 노동 계약이 끝난 뒤 강제로 계약을 갱신하는 등 고향을 떠난 이들이 겪은 인권 침해의 현실을 각종 사료를 통해 낱낱이 고발한다.
저자는 강제연행 정책이 오히려 일본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실패한 정책이라고 일갈한다. 실제로 조선인 노동자가 많이 끌려갔던 탄광의 경우 1933년 1인당 석탄의 연간 출탄량은 226t이었지만 1943년엔 150t까지 주저앉는다.
일제의 식민지 정책을 신랄하고도 정확하게 비판한 일본인 학자의 지적이 새로운 울림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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