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포스트’는 낙종한 신문사의 ‘굴욕적인’ 하루를 비추며 시작한다. 경쟁 매체가 대형 특종을 터뜨릴까 전전긍긍하며 인턴 기자에게 몰래 염탐을 시키거나, 타지 특종 소식을 듣고 새벽부터 거리에서 신문을 사 읽는 장면은 애잔하기까지 하다. 그간 ‘스포트라이트’처럼 미국 언론의 특종기를 다룬 영화가 대개 ‘1보’를 터뜨린 매체 중심이었다는 점에서 사뭇 다른 전개 방식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1971년, 뉴욕타임스의 ‘펜타곤 페이퍼’ 특종 보도로 미국이 발칵 뒤집힌다. 이로 인해 트루먼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에 이르는 네 명의 대통령이 30년간 감춰온 베트남전쟁의 비밀이 드러난다.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 정부는 관련 보도를 금지시키고 경쟁지인 워싱턴포스트의 편집장 벤(톰 행크스)은 진실이 담긴 정부 기밀문서 입수에 사활을 건다. 회사를 지켜야 하는 최초의 여성 발행인 캐서린(메릴 스트립)은 정부의 압박에도 기어코 4000장짜리 문서를 입수해 보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벤과 부딪친다.
러닝타임 내내 “우리가 보도하지 않으면 우리가 지고, 국민이 진다”거나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 등의 대사도 깊은 생각거리를 남긴다. ‘언론 자유의 중요성’ 같은 자칫 당위적으로 들리기 쉬운 메시지가 뻔하게 와 닿지 않는 것은 톰 행크스와 메릴 스트립의 호연 덕분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작품이라는 점도 영화에 무게감을 더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아픈 역사를 조명한 ‘쉰들러 리스트’부터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소재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그가 새삼 언론의 역할을 끄집어낸 이유는 뭘까. “언론이 가진 가장 기본 원칙인 ‘자유로운 보도’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그의 연출 포부다.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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