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유구무언, 입을 떼면 그게 곧 허물”
오현 “마음의 편안? 마음이 있나 찾아보시라”
1일 백담사의 동안거 해제 법회 뒤 봉정당에서 차를 나누고 있는 자승 전 총무원장(왼쪽)과 신흥사 조실 오현 스님. 인제=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1일 오전 강원 인제군 백담사. 봄을 재촉하는 비는 강원도 일대에서는 모처럼 맞이하는 반가운 눈 손님으로 바뀌었다. 새벽까지 내린 눈이 백담사 주변을 하얗게 덮었다.
이날 백담사 검인당(劍刃堂)에서는 동안거(冬安居·외부와 접촉을 끊은 채 90일 동안 진행하는 집중 수행기간) 해제 법회가 열렸다. 신흥사 조실인 오현 스님은 선종의 초조(初祖)인 달마대사와 이조(二祖) 혜가가 나눈 법문의 한 자락으로 해제 법어를 대신했다. 그 유명한 ‘안심법문(安心法門)’이다. “혜가가 스승에게 어떻게 해야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지를 물었다. 달마대사는 ‘너의 마음을 가지고 오너라. 그러면 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겠다’고 했다. 혜가는 달마에게 ‘마음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달마대사는 ‘내가 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노라’라고 하였다.”
이 법회에는 백담사 선원 등에서 수행하던 스님들을 비롯해 7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 기간 백담사 무문관(無門關)에서 수행한 조계종 자승 전 총무원장이 법회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무문관은 3평 남짓한 독방에 들어서면 문 밖에서 자물쇠가 채워지는 결연한 수행 공간이다. 하루 한 번 오전 11시에 작은 구멍으로 식사 한 끼만 들어온다. 법회 뒤 마주친 자승 스님은 “무문관에 입방한 초기에는 총무원장 임기를 마친 뒤 은퇴 이후 계획을 생각했지만 그것마저도 부질없다는 걸 깨닫고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스님은 여러 질문에도 불구하고 “8년간 인터뷰한 적이 없다. 유구무언(有口無言), 입 떼면 그것이 곧 허물 아니냐. 오래 묵언(默言)해 혀가 꼬인다”며 말 대신 웃음으로 화답했다. 주변에 따르면 자승 스님은 하루 한 끼의 식사마저 줄여 체중이 16kg이나 줄었다. 자승 스님과 가까운 한 관계자는 “말로만 은퇴가 아니라 제대로 된 은퇴, 아름다운 은퇴를 생각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한편 조계종 홍보팀은 동안거 기간 중 수행자 2000여 명이 전국 사찰에서 용맹정진했다고 밝혔다. 동안거 해제일은 2일이지만 백담사는 전통적으로 하루 빠르게 법회를 개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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