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씨(34)의 ‘쇼코의 미소’는 출간 1년 반 만에 8만5000부(23쇄)를 찍었다. 소설 초판도 소진되기 어렵다는 시기에 신인 작가의 첫 소설집이 문단과 독자의 큰 주목을 받은 것이다. “깜짝 놀랐고 당황하기도 했어요. 큰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지요.”
등단 뒤 해마다 젊은작가상, 허균문학작가상 등을 수상하면서 조명받은 그이지만 소설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수월치 않았다. 신춘문예, 문예지 신인상에 스무 번도 넘게 떨어졌고 서른 살이 되기 직전에야 작가가 됐다.
지방 소읍의 고교생이 일본인 교환학생과 나누는 우정, 프랑스 수도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여성과 케냐 출신 수의사 간의 교감 등 최 씨 소설의 인물은 주류가 아니라 변두리를 맴도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얼핏 비관적으로 보이는 삶 속에서도 “사람이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하고 싶었다”는 게 작가의 얘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멋진 이미지, 화려한 삶만 보인다. 타인의 SNS를 보고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도 생길 테고….” 최 씨는 그렇게 소외되는 사람들이 공감하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소설을 쓴다고 했다.
앞선 세기와 다른 지점을 묻자 그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서다. 최 씨는 전경린 씨의 ‘염소를 모는 여자’의 한 부분을 들려줬다. ‘칸칸마다 한 명씩 성숙한 여자들이 들어 있고, 남자를 위해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 그 닭장 안에서 멀쩡한 여자 하나가 혼자 아이를 키우느라 오 년씩 십 년씩 매달리고…’라는 대목이다. 이 소설이 발표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출산과 육아로, 직장의 성차별로 힘겨워하고 경력을 포기하는 여성들의 삶은 그대로다. 최 씨 역시 대학원에 다닐 때 주변 선배들에게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으면 (공부 말고) 창작을 하라”는 말을 들었다. 작가의 꿈을 이루고 주목받는 소설가가 됐음에도 “여성이라는 성별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건 임용고시와 소설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할 때 그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소설 쓰기란 오랜 시간 자신을 가둬야 하는 혹독한 작업이다. 그는 그럼에도 “마음에 덩어리져 있던 것이 구체적인 말로 나올 때, 소설의 세계를 만들어낼 때의 기쁨이 너무나 크다”고 했다. 그렇게 작가에게 삶의 동력이 되는 문학이지만 그는 “책을 읽어야 교양인이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소설이 트위터, 블로그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사회가 갖고 있던 권위주의가 문학에 덧씌워져 있었고 그 권위주의는 이제 끝나야 한다는 것, 장르의 위계가 있는 게 아니라 ‘잘 쓴 글’과 ‘못 쓴 글’만이 있다는 게 최은영 씨의 생각이다. 이 시대에 문학의 의미를 묻자 그는 “모두가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시대, 사이코패스가 성공하기 쉬운 시대에 한순간만이라도 다른 사람이 될 수 있고 그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경험, 그것은 문학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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