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이 관측하는 하늘은 자연사박물관 벽면에 과거의 모습을 시대별로 나열한 그림과 같다. 박물관이 화석 등을 바탕으로 상상해 그렸다면, 우주는 진짜 과거의 모습을 드러낸다.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시간만큼, 먼 별들은 먼 과거를, 가까운 별들은 가까운 과거를 보여준다.
관측 대상에는 ‘마이크로파 우주 배경 복사’도 있다. 빅뱅 이후 38만 년 동안 우주는 물질과 에너지의 밀도가 아주 높은 수프와 같았다. 관찰자가 있었다고 해도 앞을 볼 수 없었다. 그러다가 우주 온도가 3000K(절대온도) 아래로 떨어지자 광자의 움직임을 방해하던 전자들이 주위의 양성자에 붙잡혔고, 광자는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광자들은 우주 팽창에 따라 에너지를 잃었지만 여전히 우리 앞에 나타난다. 이것이 우주 배경 복사다. 과학자들은 최근 배경 복사 분포지도를 세밀하게 만들었다. 이 지도는 우주 초기 물질 분포의 구조를 보여준다.
은하와 은하 사이는 그저 텅 빈 공간일까? 별의 수가 적은 왜소은하(dwarf galaxy), 은하를 벗어나 폭주하는 별, 고온 기체, 기체 구름, 우주선(線) 입자, 암흑 물질 등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다. 주요 관측 대상도 아닌, 은하에서 멀리 떨어진 하늘에서 초신성 폭발이 적지 않게 관측되는 건 은하의 중력을 벗어나 떠도는 별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천문학자인 저자는 국내에도 방영한 다큐멘터리 ‘코스모스: 스페이스타임 오디세이’(내셔널지오그래픽) 진행자이기도 했다. 난해한 주제를 대중의 눈높이에서 풀어가는 정제된 서술, 위트 있는 문장, 천문학이 인류에게 주는 의미에 대한 통찰을 보면 저자가 왜 널리 사랑받는 학자인지 알 수 있다. 원로 천문학자의 번역도 매끄럽다. 원제는 ‘Astrophysics for People in a Hu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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