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제2차 세계대전의 흐름을 바꾼 1944년 6월 6일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 기습 상륙작전을 위해서는 달빛이 있고 간조인 5, 6, 7일 중 하루를 선택해야 하는데 또 하나의 조건인 바람이 변수였다.
연합군 사령관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장군 수하의 기상 예보관 중 미국 출신 예보관은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지만 지난 50년간의 날씨 기록을 토대로 6월 5일을 적기로 꼽았다. 노르웨이 출신 예보관은 물리학과 수학에 기반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6월 5일 바람은 거셌으나 잠깐의 소강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믿고 이튿날 새벽 전격적으로 상륙 작전이 진행됐다. 독일군은 강한 바람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해 경계를 늦췄고 독일 에르빈 로멜 장군은 파리에서 산 신발을 아내에게 선물하기 위해 군대를 남겨두고 떠났다. 날씨 예보가 역사를 바꿨다.
생물학자인 저자는 날씨가 군사작전에 응용된 일화를 소개하며 오늘날 날씨 예보가 생겨나게 한 데 헌신하고 기여했던 기상학자들의 도전기를 소개한다.
‘앞으로 이틀간 날씨는 대체로 다음과 같을 것이다. 북부는 약한 서풍 맑음, 서부는 약한 남서풍 맑음, 남부는 조금 센 서풍 맑음.’
1861년 8월 1일자 ‘런던 타임스’에 실린 첫 일기예보다. 이 예보를 실은 인물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 탄생을 가능케 했던 ‘비글호’의 선장 영국인 로버트 피츠로이로, 영국 기상국 기상 통계관으로 일한 경험으로 예보를 시작했다고 한다. 제1차 세계대전 때 구급대원으로 활동했던 루이스 프라이 리처드슨은 포연 속에서도 위도 경도 높이 등 3차원 공간에서 대기 압력과 속도 등을 기록하는 방법을 고안해 기상학 선구자 중의 한 명으로 꼽혔다.
18세기 초만 해도 사람들은 폭풍을 신의 탓으로 돌렸다. 이제는 과학적으로 바람의 원리를 밝혀 날씨를 예측한다. 슈퍼컴퓨터와 인공위성도 동원되지만 날씨 예측은 틀릴 때도 많다. 날씨를 예측하려고 고군분투한 기상학자들, 일기 예보 뒤에 숨겨진 역사와 비밀 등을 알게 되면 날씨 예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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