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 휩쓰는 ‘나를 지키는 기술’
한국형 집단주의 문화에 피로감, 갈등에 직접 방어하려는 욕구 커져
‘나를 지켜라.’ ‘내 영역을 보호하라.’
최근 출판계를 휩쓸고 있는 키워드다.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 등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어와 독립’의 기술을 강조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며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13일 예스24에 따르면 종합베스트셀러 1위는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방법’(정문정·가나출판사)이다. 이 책은 교보문고와 인터파크도서 등 다른 대형 서점에서도 4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당해도 참고 억눌렀던 문화 대신 단호하게 의사 표현을 하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강조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이외에도 ‘신경 끄기의 기술’(마크 맨슨·갤리온),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마음의숲)처럼 비슷한 주제의 책들이 일제히 대형 서점 종합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올라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서점가에선 주로 멘토나 롤모델이 전해주는 보편적 위안과 치유의 메시지가 인기를 끌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혜민 지음·수오서재), ‘아무것도 아닌 지금은 없다’(글배우·쌤앤파커스), ‘타샤의 정원’(타샤 튜더·윌북) 등이 대표적이다. 혜민 스님 책은 2016년까지 3년 연속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막연한 위안보다는 초점을 자기 자신의 삶으로 좁힌 책들이 인기를 끄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에세이 분야를 살펴보면 이런 변화는 더 뚜렷하게 읽힌다.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들어 판매량이 가장 많이 뛰고 있는 에세이는 ‘일단 오늘은 나에게 잘합시다’(도대체·예담),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김동영·아르테), ‘힘 빼기의 기술’(김하나·시공사) 등이다. 모두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갈등으로부터 자신을 지혜롭게 방어하거나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을 강조한 책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이 도서들은 올해 들어 매달 평균 45%씩 판매량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단주의나 권위주의 문화에서 파생된 스트레스가 많았던 한국 사회 특성이 이런 책들의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관계에 지친 독자들이 ‘나만의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것. 기존의 ‘힐링’이 좀 더 구체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쟁과 관계에서 오는 중압감을 달래고 치유하려는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내 기준’을 세우고 대응하려는 단계로 진화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런 경향은 자신의 일상에 집중함으로써 만족감을 얻는다는 최근의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와도 맞물린다. 김도훈 예스24 문학MD는 “일상에서 닥치는 스트레스나 어려움에 압도되지 않는 구체적, 실용적 방법을 제시하는 책들이 각광받는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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