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테러리스트를 변호했나?/예이르 리페스타드 지음/김희상 옮김/244쪽·1만5000원·그러나
2011년 7월 22일 북유럽의 조용한 나라 노르웨이에서 역사상 최악의 테러가 발생했다.
범인인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는 당시 집권여당인 노동당의 청소년캠프가 열린 우퇴위아섬에서 청소년들에게 총기를 난사했다. 이슬람을 혐오하고, 다문화주의에 반대하는 극우주의자에 의해 77명이 희생됐다.
다음 날인 7월 23일 이른 새벽.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예이르 리페스타드 변호사님이시죠. 테러리스트가 당신이 변호를 맡아주길 원합니다.”
혼란스러웠다. 아내는 임신한 상태였고, 역사상 최악의 테러리스트를 자신이 변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대학병원 간호사이자 늘 현명한 기준을 제시하는 아내에게 의견을 물었다.
“만약 그 남자가 중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온다면 의사는 수술하고 우리 간호사는 그를 돌봐야 해요. 우리는 그가 누구인지, 무슨 짓을 했는지, 또는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묻지 않죠. 그 사람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 당신의 일 아닌가요?”
이 책은 최악의 테러범을 변호한 저자가 ‘악마의 변호사’로 활동한 13개월간의 기록을 담았다. 그가 복기해 낸 일련의 재판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과 북유럽 국가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엿볼 수 있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 범인이지만 철저하게 민주적인 과정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노르웨이의 법정이 자세히 묘사된다. 저자는 많은 인명을 살상한 살인범이라도 요식적인 재판과 허술한 변론으로 심판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변호사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노르웨이 사회가 법치국가로 남도록 지키는 것이며 역설적으로 범인이 파괴하려고 했던 바로 그 체계를 보호하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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