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세상을 깊게 관찰한 올리버 색스의 시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7일 03시 00분


◇의식의 강/올리버 색스 지음/양병찬 옮김/252쪽·1만6500원·알마


사람과 동물, 식물, 그리고 세상을 향한 깊고도 방대한 지적 여정이 펼쳐진다. 2015년 82세로 눈을 감기 전, 저자가 직접 선별한 10편의 에세이를 묶은 이 책은 호기심으로 한없이 반짝이는 눈빛과 마주한 기분이다.

신경과 전문의이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등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는 어릴 적부터 새로운 사실을 접할 때면 환호했다. 만개한 목련꽃을 보며 어머니가 “거의 1억 년 전에 나타난 식물”이라고 설명하자 경외감을 느낀다. 진화가 지금과 다르게 진행됐다면 공룡이 지구를 배회할 수도 있고, 인간이 지금과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혼란스러웠지만 삶이 고정되거나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기에 그는 변화와 새로운 경험에 늘 예민한 촉수를 내밀었다.

마약을 한 사람이나 신경증 환자들이 일반인과는 다른 속도로 시간을 느끼는 점도 유심히 살피며 시간의 상대성에 대해 생각한다. 다윈이 ‘비글호 항해기’에서 문어가 경계심을 갖다 차츰 호기심을 느끼고 심지어 장난을 치기도 했다는 기록을 떠올리며 사육자들이 문어와 정신적, 감정적 친근감을 느끼는 점을 주목한다. 그리고 반문한다. 두족류에게 의식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문어의 의식을 인정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그의 호기심이 편견 없이 열린 사고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간이 기억에 얼마나 오류가 많은지도 깨닫는다. 그는 어릴 적 독일의 ‘런던 대공습’ 때 소이탄(특정 시설을 불태우기 위해 발사하는 탄환)이 집 뒤뜰에 떨어져 엄청난 열을 내며 타올랐던 광경이 생생하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형이 목격한 장면을 편지에 실감나게 써서 보냈는데, 그는 이를 읽고 이미지를 떠올린 후 자신이 직접 봤다고 믿게 된 것이다.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인간의 기억에 대한 학설과 각종 연구 사례에 탐닉한다.

저자는 의학, 식물학, 심리학, 문학, 음악을 비롯해 존경했던 찰스 다윈, 지크문트 프로이트 등의 연구, 수전 손태그의 창의적인 글쓰기까지 쉼 없이 내달린다. 끊임없이 도전하며 열정으로 꽉 채운 그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의식의 강#올리버 색스#신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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