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1층 뮤지엄숍. 평일임에도 가게 안에는 물건을 구매하려는 수십 명의 시민들로 북적였다. 단순한 기념품 가게라고 생각하면 오산. 우리나라 전통회화와 문화유산을 현대적 감각에 맞춰 재해석한 상품들의 개성과 품질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날 신사임당의 초충도가 그려진 노트 3권을 구입한 박수정 씨(30)는 “최근 박물관에 들를 때마다 노트나 볼펜, 파우치 등을 구입한다”며 “외국인 친구들에게 선물해도 너무 좋아할 만큼 상품 수준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최근 2030 젊은층 사이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상품화한 굿즈(goods·관련 상품)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 효자손, 하회탈 등의 전통문화 상품이 촌스럽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과 달리 최근엔 세련된 디자인과 실용성을 자랑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상품은 전국 주요 국립박물관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국립 굿즈’다. 외규장각 의궤를 모티브로 한 손수건과 우산, 윤동주 시인의 ‘별헤는 밤’을 모티브로 한 유리컵과 노트 등이 있다. 지난해 매출은 40억 원 규모로 10년 사이 2배가량 늘었고 온라인 판매는 전년 대비 140% 이상 성장하기도 했다. 구매자 중 3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는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관계자는 “외부 디자이너와의 협업 등 상품 개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성과가 최근 들어 두드러졌다”며 “실용적이고 고품질일 뿐 아니라 문화와 역사적 의미까지 담고 있어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세련된 문화적 기호로 사회 정체성을 인식하고 소비한다”며 “국립 굿즈의 인기는 이러한 정체성을 방증하는 가장 좋은 예”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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