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참 달라서 평소에 무척 싸워요. 그 사람(남편)은 단순 결백한데, 나는 복잡 미묘하거든요. 여전히 상대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살고 있죠. 이 사람에게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많지만 이상하게 서로 버팀목이 되고 있어요.”
올해로 결혼 50주년을 맞은 한영섭(77), 남영희 작가(75)의 초대전 ‘지월·상상(池月·相相)’전이 경기 광주시 영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부부는 1960년대 홍익대 미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아방가르드 동인 ‘논꼴’ 활동도 함께 했다.
서로의 작품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하자 남 작가는 대뜸 ‘다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에게 없는 게 나에게 있고, 나에게 없는 게 그에게 있다. 그걸 제외하면 함께 전시를 준비하기에 좋은 점이 하나도 없다”며 웃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두 작가의 작품이 확연히 다르다. 입구에서 관객을 반갑게 맞이하는 건 산뜻한 색채의 한지를 활용해 화폭을 구성한 남 작가의 작품들이다.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커다란 규모와 힘 있는 선을 가진 한 작가의 작품이 관객을 압도한다. 둘 모두 한지를 이용하지만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탄생했다. 서로 대치하듯, 마주 보며 이야기하듯 각각 전시장 한쪽씩을 점령하고 있다.
한 작가는 드넓은 대양과 거대한 산 등 대자연에서 주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며 보고 느낀 것들을 신작에 풀어 놓았다. 주로 규모가 큰 작품을 해왔는데, 대자연을 작은 캔버스에 재현하면 그 감동이 느껴지질 않는다. 자연을 보고 일어나는 감정 자체를 전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반면 남 작가는 조형 언어를 일상에서 얻는다. 남 작가는 “정월 대보름 어머니와 할머니가 옷을 지을 때 햇볕이 내리쬐고 헝겊 조각이 빛나는 모습과 작품을 연결 지으려 했다”며 “한지에 색을 들이고 색면을 구성하며 노동한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남 작가는 결혼 후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가정을 돌보다가 50세가 되며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두 작가가 경기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에 작업실 겸 자택을 꾸린 지도 33년째. 미술관이 두 사람이 오랫동안 머문 지역 ‘지월’과 서로라는 의미를 담은 ‘상상’을 전시 주제로 선정한 이유다. 한 작가는 “우리가 함께 오랜 시간 호흡하며 생활 패턴을 공유해, 처음에는 대조적으로 보이지만 두 작품의 유사한 측면도 드러난다”고 했다.
전시에서는 1960년대 ‘논꼴’ 시절 남 작가의 작품과 한 작가의 ‘단청과 콘크리트’ 시리즈부터 최근 미공개 신작까지 감상할 수 있다. 5월 27일까지. 4000∼6000원. 031-761-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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