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석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장
바이올린 부문 12명 준결선 진출… “기교에선 수준급… 개성은 아쉬워
기발한 상상력으로 연주하는 후배들, 가르치고 심사하는 것은 큰 기쁨”
“참가자들이 기교 면에서 모두 높은 수준을 보여줘 놀랐습니다. 다만 개성을 좀 더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동양권 참가자들이 기교가 훌륭한 반면 유럽이나 미국 쪽 참가자들은 개성이 좀 더 뚜렷한 느낌입니다.”
‘LG와 함께하는 제14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장을 맡은 강동석 연세대 음악대 교수(64)는 예선 심사를 끝낸 뒤 콩쿠르 수준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올해 바이올린 부문에서 경연을 진행하는 콩쿠르는 14∼17일 열린 1차 예선에서 24명이 2차 예선에 진출했다. 19, 20일 열린 2차 예선에서는 12명이 준결선(21, 22일)에 올랐다.
‘1세대 영재 바이올리니스트’인 강동석 교수 역시 동아음악콩쿠르 출신이다. 8세에 첫 연주회를 가진 뒤 12세에 동아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줄리아드 음악원을 거쳐 커티스음악원에서 ‘바이올린계 미다스의 손’ 이반 갈라미안을 사사했다.
“동아음악콩쿠르가 가장 권위 있고 규모가 큰 콩쿠르였어요. 대학생들이 주로 입상했는데 나이가 어려서 주목 받은 기억이 납니다. 무대 위 참가자들을 보면 당시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2003년부터 연세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학생을 가르치는 일과 콩쿠르 심사를 가장 보람 있는 작업으로 꼽았다. 그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당차게 연주하는 젊은 후배들을 보는 것은 큰 기쁨”이라며 “학생을 가르치거나 심사를 하다가 내 연주의 실마리가 풀리기도 한다”고 했다.
하지만 두 가지 일 모두 쉽지 않다. 학생들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강 교수는 “교육도 심사도 주관적인 일이라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무대 위 참가자들은 심사위원보다 몇 배는 더 마음이 무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세계 주요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17세 때 샌프란시스코 교향악단재단 및 워싱턴의 메리웨더 포스트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았다. 세계 3대 바이올린 콩쿠르인 몬트리올 콩쿠르, 런던 칼 플레시 콩쿠르, 브뤼셀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를 차례로 휩쓸었다.
“콩쿠르에 참가하는 후배들이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과정에서 느낀 성취와 음악적 성장에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무대 위에서 평가받는 순간이 전부는 아니니까요.”
그는 “기교는 완벽한데 감동이 부족한 연주를 종종 경험한다”며 “조급해하지 말고 직간접 경험을 통해 자기 세계를 키워라. 그러면 생명력 있는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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