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공대 출신의 프랑스인 남자와 작가인 한국인 여자가 프랑스에서 만나 결혼했다. 엔지니어로 일하던 도미니크 에어케 씨(59)는 농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뒤늦게 프랑스농업학교에서 와인양조를 공부했다. 그리고 아내 신이현 씨(53)와 프랑스 북부 알자스 와이너리에서 내추럴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보다 수준 높은 내추럴와인을 만들기 위해 유럽 전역의 와이너리를 찾아 배움을 청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한국에서 내추럴와인을 만들면 어떨까?” “좋아, 그러면 사과 스파클링 와인인 시드르는 어때? 시드르는 한국 시장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어.”
부부는 2016년 한국에 건너와 반년 동안 전국 농가를 돌며 사과 품종을 연구했다. 즙이 풍부하고 당도가 높은 부사와 새콤하면서 산도가 높은 홍옥을 섞으면 뭔가 특별한 시드르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에어케 씨는 “한국에서 시드르를 만들어보자고 아내에게 강력히 권했다”고 했다.
2016년 말 사과 산지로 유명한 충북 충주시 엄정면에 정착한 두 사람은 남편의 이름을 딴 와인회사 ‘레돔(LESDOM)’을 세웠다. 1년 내내 자연의 변화에 따르는 생명역동 농법으로 사과 농사를 지어 2017년 시험작인 사과 시드르를 완성했다. 동시에 한국 포도 품종인 캠벨로 로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었다. 신 씨는 “캠벨을 자연 발효해 로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었는데 꽃향기 가득한 와인이 탄생했다”며 “7.5도라 술이 약한 이들도 가볍게 즐기기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의 실험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에는 머루 캠벨 등 식용 포도가 대부분인데 이들은 와인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프랑스의 와인용 포도 품종 10여 가지를 사과밭 한 모퉁이에 심은 뒤 결과를 보고 있다. “포도를 재배한 뒤 와인용으로 가장 적합한 품종을 가려내 내추럴와인을 만들 거예요. 아울러 사과 품종을 늘려가는 작업도 계획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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