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음악]온 힘 다해 빛을 노래하는 밴드, 디어클라우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8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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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참 위로를 잘해주는 것 같아요.”

지난해 숨을 거둔 그룹 샤이니의 종현은 나인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4인조 밴드 디어클라우드(나인 용린 이랑 토근)를 최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났다. 지난해 12월 종현의 비극이 있은 뒤 첫 인터뷰다. 이들이 지난 세 달간 보냈을 지난한 시간을 웃음기 줄어든 얼굴들에서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음악 얘기를 하는 코너였어요.”

2014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나인은 MBC 라디오 ‘푸른밤 종현입니다’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둘은 시나브로 흉금을 털어놓는 사이가 됐다. 나인이 본 종현은 “알고 보니 음악을 빼면 할 얘기가 없을 정도로 음악에 몰두하는 친구”였다.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부터 그가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가 유서를 메시지로 보내왔을 때, 나인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종현의 가족들에게 알리고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 애썼다.

‘네가 아파하지 않길 기도해’

결국 종현의 이 글은 그의 인스타그램 마지막 게시물이 됐다. 지난해 11월 나온 디어클라우드의 신곡 ‘네 곁에 있어’의 후렴 가사. “누나,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다 도와줄게.” 생전 종현의 얘기가 떠올랐다. 나인은 “친구가 마지막으로 부탁한 일이었기 때문에” 고민 끝에 유서를 세상에 공개한 뒤 깊은 침묵에 빠졌다.

디어클라우드가 지난해 11월 낸 4집은 그들이 무려 6년 만에 낸 정규음반이다. 용린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에 관한 앨범”이라고 했다.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것은 2005년 결성 뒤 13년째 동고동락 중인 멤버들이다. “멤버들, 그리고 무대와 노래가 없다면 견딜 수 없었을 거예요.”(나인) ‘네 곁에 있어’를 시작하기 전엔 여전히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지만, 나인은 “‘괜찮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답할 때보다 노래할 때 더 솔직해진다”고 했다.

‘My Dear, My Lover’는 46분간 12개의 곡을 통과하며 온힘을 다해 빛을 향한다. 전작들의 휘몰아치는 록 사운드를 절제하되 멜로디, 가사, 보컬의 힘에 초점을 맞췄다. “세상의 모든 혼자에게 해주고픈 이야기”라는 ‘Wallflowers’, 세월호 희생자 부모들이 남긴 글을 토대로 쓴 ‘미안해’, 부모의 애틋한 사랑을 노래한 ‘엄마의 편지’….

디어클라우드는 데뷔 후 줄곧 그랬다. ‘슈퍼스타K’에서 김필이 재해석한 ‘얼음요새’(2007)처럼 우울한 곡도 있었지만 ‘Bright Lights’(2011), ‘Let It Shine’(2013), ‘Silver Lining’(2015) 등 음반 제목에서부터 그들은 광휘를 갈구했다. “멤버 모두 조금 어두운 편이지만 결국은 빛으로 걸어가고 싶은 사람들, 그런 우리들의 이야기예요.”(이랑)

신작에서 가장 폭발적인 곡은 ‘Shining Bright’. 약동하는 토근의 드럼 리듬 위로 스포트라이트처럼 눈부신 신시사이저가 비춰오면 나인의 숨을 토하는 듯한 노래가 구름 같은 대기를 가른다. ‘더 찬란하게 빛나며/나의 앞에 길이 돼’

디어클라우드는 4월 21일과 22일 서울 강남구 SAC 아트홀에서 콘서트를 연다. (02-6013-0102) 멤버들은 “무대에서 모든 걸 불태우고 싶다”고 했다. 강렬한 화염은 눈부신 빛을 동반한다. 밴드가 다시 빛을 노래한다.

임희윤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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