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서북방 국경선이 일제 시기 일본인 학자에 의해 조작된 후 지금까지 아무런 검증 없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올해로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고려사에 대한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고려의 서북방 국경선이 압록강 이남이라는 우리 학계의 정설은 일본 학자의 왜곡된 주장을 답습한 것으로, 지금까지 사실처럼 통용돼 온 데 대한 문제 제기다.
국사편찬위원회가 발간한 ‘신편한국사’에 의하면 “고려는 북진정책을 편 결과 성종 초에 청천강을 넘어 평북의 박천, 영변, 운산 등을 거쳐 압록강 하류의 일부 지역에 이르게 되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고려가 북진정책을 펴 최대한 넓힌 영토가 압록강 이남이라는 인식은 일제 시기 일본 역사학자인 쓰다 쏘우키치(津田左右吉)가 1913년에 발간된 ‘조선역사지리(朝鮮歷史地理)’에서 규정한 고려 시대 국경선을 그대로 수용한 결과다.
그러나 인하대 고조선연구소는 조선총독부의 ‘조선사’를 분석하는 연구 수행 과정에서 쓰다의 주장이 사실을 왜곡했음을 밝혀냈다. 쓰다는 고려 이전의 발해국 멸망 시기의 압록강(鴨¤江, 현재 요하)을 현재의 압록강(鴨綠江)으로 축소시키고, ‘고려사’, ‘요사’, ‘금사’의 국경 관련 기록과는 전혀 다르게 날조에 가까운 왜곡을 하여 ‘반도사관’을 만들었다는 것. 고려를 한반도에 가둬놓는 ‘반도고려’가 여기서 탄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쓰다가 조작한 대표적인 사례가 서희가 개척한 강동6주 위치 문제다. 쓰다의 저서와 이를 답습한 일제의 ‘조선사’에서는 강동 6주가 현재의 압록강 동남쪽인 청천강 일대로 비정(추정)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하대 고조선연구소 윤한택 교수는 원 사료와 현장을 통해 검증한 결과 강동 6주는 현재 중국 랴오닝성 무순, 철령지역 부근임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쓰다는 관련 사료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의로 왜곡해 한반도 중부 지역으로 설정했다는 게 윤 교수의 주장이다.
고려 경제사의 권위자인 윤한택 교수는 “일제 시기 쓰다가 원 사료를 왜곡하고, 동북아시아 중세학계에서는 이 주장을 한 번도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답습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또 대부분의 국내 연구자들은 일본 학자들이 연구를 치밀하게 했을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일부 학자를 제외하고는 이에 대한 특별한 문제점을 제기하지 않던 그간의 학계 풍토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앞으로 더 깊은 연구가 진행돼야 하겠지만 윤 교수의 주장이 큰 틀에서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한국의 고려사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중세사 연구에도 큰 회오리바람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윤 교수의 연구 결과는 30일 오전 11시 고궁박물관 별관1층 강당 회의실에서 논문으로 발표된다. 인하대 고조선연구소가 주최하는 학술회의 ‘일본은 한국의 반도사관을 어떻게 만들었나?’에서 반도사관을 다루는 여러 주제 중의 한 파트로 소개될 예정이다.
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2024-01-30 22:21:36
추우강남追友江南 그러면 강동은 어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