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덕구’ 노 개런티에도 코피 흘리며 촬영하는 사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일 15시 03분


이순재는 “주변에서 쉬어가라며 걱정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연기 현장에 있을 때 더 힘이 난다”고 말했다. 영화사 두둥 제공
이순재는 “주변에서 쉬어가라며 걱정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연기 현장에 있을 때 더 힘이 난다”고 말했다. 영화사 두둥 제공
“조연도 했다가 주인공도 했다가 다 그런 거지요. 배우 역할에 경중이 어디 있겠습니까.”

배우 이순재(83)는 올해로 데뷔 62주년을 맞았다.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만 따져도 약 200여 편. 이제 쉬엄쉬엄 할 법도 하지만 여전히 일 욕심이 대단하다. 5일 개봉하는 영화 ‘덕구’에서는 역할이 마음에 들어 ‘노 개런티’로 출연을 결정했을 정도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씨는 “영화와 드라마, 연극까지 60년 넘게 하며 바쁘게 움직이는 게 습관이 됐다”며 웃었다.

이 영화에서는 부모 없는 손자들을 돌보는 시한부 할아버지 역할을 맡아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참 오랜만에 맡는 주연이다. “대학교에서 연극할 때부터 60살 먹은 노역부터 시작했어요. 주인공이든, 조연이든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요. 그런데 오랜만에 비중이 크니까 신나긴 하더라고. 좋은 역할이니 더 잘 해야겠다는 욕심도 생기고요.(웃음)”

촬영 현장에서 코피가 날 정도로 연기했지만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강행군이 이어지는 드라마 촬영 때도 후배들과 똑같이 밤새가며 촬영한다.

“아유, 코피야 일하다보면 날 수도 있죠. 같이 작업하는 후배나 스태프들을 불편하게 만들면 안 돼요. 나이 있다고 배려받기 기대하다간 언제 빠질지 모르기도 하고. 사소한 기본부터 지키려는 거죠.”

긴 연기인생을 지나왔기 때문일까. 배우란 어떤 극에서든 ‘존재의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러면 역의 경중도 무의미하다는 것. “단 한 컷 나오더라도 그 배우의 연기, 그 장면이 극에서 의미 있다면 그걸로 된 겁니다.”

지긋해진 나이 탓에 모든 작품을 마지막으로 여기고 임한다는 비장한 말도 덧붙였다. “처음부터 어려움을 각오했기 때문에 연기 인생의 후회는 없어요. 장르도 안 해본 게 없더라고요. 앞으로 더 바쁘게 연기할 생각입니다. 연기할 때만큼 보람이 느껴질 때가 없거든요.”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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