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폭스, 국내서도 손잡을듯… 점유율 합치면 CJ 제치고 1위
‘자전차왕 엄복동’ 투자 셀트리온, 막강 자금력으로 배급 나설 태세
‘신과함께’ 덱스터도 가세 움직임
올해 하반기 개봉을 앞둔 100억 원대 예산의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가제)은 다소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일제강점기 자전거 영웅 엄복동(1892∼1951)의 실화를 다룬 이 영화는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셀트리온이 자회사인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전액 투자에 나선 데다 직접 배급까지 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여름 ‘인천상륙작전’에 30억 원을 투자하며 영화 사업에 발을 들인 셀트리온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번 영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영화 제작, 배급에 뛰어드는 셈이다.
국내 영화 투자배급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앞서 미국에서 ‘공룡들의 합병’이라 불리는 월트디즈니컴퍼니와 21세기폭스의 합병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국내 대형 배급사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두 회사의 한국지사도 이르면 올여름 사무실을 합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국내 매출액 점유율 기준으로 디즈니(9.4%)와 폭스(6.5%)를 합하면 산술적으로 현재 업계 1위인 CJ엔터테인먼트(15%)를 뛰어넘는다.
그간 국내 영화 시장은 업계 1위인 CJ엔터테인먼트에 이어 롯데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 비교적 신생인 NEW 등 ‘메이저 4사’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신규 진입자들의 등장으로 2013년 67.4%를 차지하며 과점을 형성하던 4개사의 매출액 점유율은 지난해 44%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지난해 1400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역대 한국 영화 흥행 2위를 기록한 ‘신과 함께’의 제작사 덱스터 역시 이미 기획과 제작은 물론이고 투자, 배급, 시각 특수효과(VFX) 기술 구현까지 모두 가능한 구조여서 투자배급업 진출이 임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드라마 제작에 뛰어든 카카오 역시 향후 영화 사업 진출 여부가 주목받는 상황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아마존, 컴캐스트, 애플 등 비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이미 영화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상대적으로 큰 자본이 없어도 진입 가능한 영화 투자배급업 특성상 국내에서도 향후 대형 매니지먼트와 포털 업계 등이 언제든 뛰어들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시장의 파이를 나눠 갖는 것 외에도 신규 진입자의 등장으로 영화 콘텐츠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도 관심사다. 특히 그간 경쟁관계였던 디즈니와 폭스의 경우 앞으로는 양사 대표 콘텐츠들을 통합해 전략적 라인업 편성이 가능해진다. 지난달 개봉해 130만 관객을 넘긴 스릴러 영화 ‘사라진 밤’ 역시 키움증권이 있는 다우키움그룹의 그룹사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가 배급한 영화다. 키다리이엔티는 최근 ‘석조저택 살인사건’ ‘대장 김창수’ ‘미옥’ 등 다양한 시도가 돋보이는 영화들을 줄줄이 선보이고 있다.
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는 “기존 4대 투자배급사로부터 기회를 얻지 못했던 제작자들이 신규 사업자를 통해 관객과 만날 수 있어 장르와 콘텐츠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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