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뮤지컬 시장에서 보기 드문 2인극이다. 중극장 무대에 단 두 명의 배우만이 러닝타임 100분을 이끌지만, 나선형 책장 무대가 빈틈을 가득 메우며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낸다.
올해로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스스로 뱀파이어의 운명을 선택한 인간의 이야기를 다뤘다. 학문엔 완벽하지만 사랑을 얻는 일엔 번번이 실패하는 천재 물리학자 ‘프로페서 V’와 손짓만으로 상대를 홀리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드라큘라 백작’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마마 돈 크라이’ 무대는 단층 무대를 세트를 활용해 3개 층으로 나눠 입체감을 살렸다. 무대 세트는 사각 나선형 구조의 책장이다. 사방의 책장에 책이 꽂혀 있고, 책장 앞면엔 시계마냥 눈금이 촘촘하게 그어져 있다. 무대 맨 앞 책장의 크기는 가로 약 7.6m, 높이 5.6m에 이른다. 뒤이어 사각 나선형 구조로 이어진 책장 역시 가로 4.4m, 높이 3.9m로 상당한 크기다.
각 책장에는 책이 꽂혀있는데 실제 책이 아닌 스티로폼으로 만든 소품이다. 무려 1054개의 스티로폼 책 소품이 사용됐다. 극에는 프로페서 V가 책장에서 책을 꺼내 읽는 장면이 곧잘 등장한다. 이때 사용하는 건 스티로폼 소품 책이 아닌 실제 책이다. 오루피나 연출가는 “총 7권의 실제 책을 약속된 장소에 비치해 뒀다”고 귀띔했다.
드라큘라의 삶을 다룬 작품에 책장 세트와 책은 무슨 의미를 지닐까. 오 연출가는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와 디자인 콘셉트 회의를 할 때 천재 물리학자인 프로페서 V의 이미지를 담은 책장으로 무대 세트를 만들자는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천재 물리학자 프로페서 V는 시간의 법칙을 연구해 타임머신을 발명한다. 이를 이용해 590여 년 전으로 돌아가 드라큘라 백작을 만난다. 책장은 프로페서 V의 천재성을 드러내는 세트이면서 극중에 타임머신으로도 변신한다. 오 연출가는 “책장 앞에 그어진 시계 눈금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타임머신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