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주인공 돈키호테·세르반테스 역을 맡은 오만석(오른쪽)과 산초 역의 김호영. 두 배우는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돈키호테의 테마곡 ‘이룰 수 없는 꿈’을 꼽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30대 중반쯤 출연 기회가 있었어요. 하지만 그땐 저 스스로 돈키호테 역을 연기할 준비가 덜됐다고 생각해 고사했죠. 삶의 무게가 연기에 묻어나올 40대 이후에 하고 싶었거든요.” (오만석)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가 12일부터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무대에 오른다. 이번 시즌에서 돈키호테·세르반테스 역을 맡은 배우 오만석(44)과 돈키호테의 조력자 산초 역을 맡은 배우 김호영(35)을 5일 만났다.
2005년 초연된 ‘맨 오브 라만차’는 13년간 7차례 공연되며 누적 관객 수 75만 명을 돌파한 스테디셀러 작이다. 극작가 세르반테스가 자신의 꿈을 향해 무모한 도전에 나선 돈키호테의 이야기를 극중극 형식으로 펼쳐낸 작품. 조승우, 류정한, 황정민, 홍광호 등 내로라하는 스타 배우들이 주인공 ‘돈키호테·세르반테스(1인 2역)’를 거쳤다.
배우 김호영도 “사실 행복했던 20대 때 관람한 ‘맨 오브 라만차’는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았는데, 서른이 넘어 다시 보니 가슴에서 뭔가 울컥했다”고 고백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갈 때 현실에 안주하는 게 더 미친 짓이다’ ‘천 번을 쳐도 천 번을 일어날 테니…’ 이런 대사들이 확 와닿았죠. 인생의 지혜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요즘 시대에 힘을 주는 작품이 아닐까요.”
오만석은 그간 ‘헤드윅’ ‘킹키부츠’ 등 다수의 뮤지컬에서 주인공을 맡았지만 ‘맨 오브 라만차’는 처음이다. 김호영은 3년 전 ‘맨 오브 라만차’ 10주년 공연에서 산초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오만석과 함께 무대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에 연극 ‘이’에서 공길 역에 만석이 형이랑 더블 캐스팅된 적이 있어요. 그땐 같은 캐릭터라 무대에서 만나지 못했죠. 만석이 형과 저는 ‘무대계의 오지라퍼’로 통해요. 연출 부분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작품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배우들과는 좀 다르기 때문이에요. 같은 과의 형과 함께 호흡 맞추게 돼 진짜 설렙니다.”(김호영)
실제로 오만석은 과거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과 연극 ‘3일간의 비’ ‘트루 웨스트’ 등 다수의 작품을 연출해왔다. 김호영 역시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감독 양정웅이 연출하고 배우 문근영, 박정민이 출연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안무를 맡기도 했다.
극중 돈키호테와 산초처럼 두 사람은 서로의 조력자 같았다. 김호영은 오만석에 대해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는 스페인 사람인데, 형은 수염을 붙이고 분장을 하는 순간, 혈통이 의심될 정도로 스페인 사람 외모를 지녔다”며 “역대급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이에 질세라 오만석 역시 “호영이의 산초는 그야말로 돈키호테란 인물을 존재할 수 있게 증명하는 인물”이라며 “척하면 척, 돈키호테의 모든 걸 받아주는 최고의 캐릭터”라고 강조했다. 6월 3일까지, 6만∼14만 원. 1588-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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