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음악과 영상으로 이름난 태국 가수 품 비푸릿(오른쪽)과 뮤직비디오 출연 모델. 딜리버리박스 제공
내한공연 입장권은 예매 개시 3시간 만에 다 팔렸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 ‘티켓 팔 사람을 찾는다’는 글이 올라오고, 공연 기획사에는 추가 판매 문의가 쇄도한다.
대형 팝스타 이야기가 아니다. 주인공은 28일 서울 마포구에서 첫 내한공연을 여는 태국 가수 품 비푸릿(23). 이름도 생소한 이 싱어송라이터는 요즘 유행을 선도하는 국내 젊은이들 사이에 큰 인기다.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곡마다 평균 수백만 회. 파타야 해변이나 방콕 시내에서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기타 치며 노래하는 비푸릿의 영상에는 ‘힙하고 세련됐다’ ‘너무 귀엽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최근 국내에서 아시안 팝 열풍이 뜨겁다. 태국과 중국, 대만 등이 주축이다. 대만 록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는 지난해에 이어 6월 두 번째 내한공연을 연다. 중국 록 밴드 ‘차이니즈 풋볼’은 지난달 서울은 물론이고 부산에서도 콘서트를 열었다.
공연업계는 아시아 음악가 잡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비푸릿의 내한공연을 기획한 ‘딜리버리박스’의 김대우 기획팀장은 “그간 일본, 미국 팀의 공연을 주로 기획했는데 아시아 팀에 최근 주목하게 됐다”면서 “이렇다 할 홍보 없이 매진된 비푸릿의 경우처럼 국내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인기를 얻은 아시아 팀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비푸릿의 추가 서울 공연도 고려하고 있다.
중국 밴드 ‘차이니즈 풋볼’‘차이니즈 풋볼’ 공연을 기획한 ‘두인디’의 임도연 대표는 “젊은 음악 팬들이 ‘밴드캠프’ ‘유튜브’를 통해 아시아 팀을 접한 뒤 실력과 개성에 반하는 경우가 많다. 아시아 음악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휴양지로 인기 있는 특유의 여유로운 풍광과 친근함도 매력으로 작용한다. 두인디는 대만과 태국의 음악 팀을 올해 안에 추가로 한국에 부를 계획이다.
매달 홍익대 부근에서 열리는 축제 ‘라이브 클럽 데이’도 6월부터 아시아권 음악가 공연을 정기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공연 기획사 관계자도 “요즘 뜨는 음악가를 다른 회사보다 먼저 잡기 위해 아시아권 음악을 여러 채널로 모니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이나 미국, 일본 음악에 대한 오랜 동경 속에 무관심했던 비(非)일본 아시아권 음악가들이 요즘 따라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SNS의 덕이 크고, 직접 교류가 활발해진 것도 한몫했다. ‘잔다리페스타’ 등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 열린 국제 쇼케이스 페스티벌을 통해 인적 접촉이 늘었기 때문이다. CJ문화재단 관계자는 “국내 인디 음악가의 해외 진출을 모색하던 차에 중화권과 교류를 시작했고 그쪽 팀들의 매력에 빠졌다”면서 “아시아 팀을 계속 데려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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