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의 세계적인 호텔 ‘버즈 알 아랍’의 수석 총괄 주방장으로 글로벌 감각을 쌓은 에드워드권(46). 올해 초 방한한 칼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그의 식당에서 오찬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 그가 평창군의 의뢰를 받아 개발한 ‘평창 올림픽 특선 메뉴’ 10가지는 남다른 아이디어, 맛과 모양으로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며 호평을 받았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지만 ‘한식다운 한식 요리’
두바이에서 귀국 후 2011년부터 컨템포러리 프렌치 레스토랑 ‘랩 24’를 운영해온 그는 지난해 9월 모던 한식 레스토랑 ‘엘리멘츠’를 문 열었다.
“미국, 중국, 두바이 등 해외에서 오래 일할 때는 한식을 많이 변형해서라도 ‘세계화된 한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런데, 최근 제 생각이 바뀌었죠. 한식이라고 하면, 적어도 한국 사람이 먹고 나서 한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 범주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요. 셰프의 한 사람으로 ‘한국 음식’을 ‘한국 문화’로 남겨야 한다는 고집이 생긴 겁니다.”
에드워드권은 “한식을 한식답게 내놓는 레스토랑들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말을 덧붙인다. 그가 세계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 가이드북 ‘라 리스트(LA LISTE)’에 3년 연속 등재된 ‘랩 24’ 옆에 ‘엘리멘츠’를 새로 문 연 이유를 알 법하다. 그는 ‘엘리멘츠’가 전통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모던 한식 레스토랑이지만 굳이 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되는 ‘한식다운 요리’를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밝힌다.
프랑스 요리 기술을 한식에 접목시켜
그렇다고 기존 한식의 틀에 갇혀 에드워드권만의 특별함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이는 그의 부지런함은 한식 코스 요리 곳곳에 스며 있다. 그의 첫 번째 전공인 프랑스 요리 기술이 한식에 접목돼 한식의 맛을 한층 북돋운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식이다.
닭가슴살 냉채나 갈비찜은, 닭가슴살과 갈비를 육즙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나하나 진공포장해 프랑스식 저온 수조 조리법인 수비드(sous-vide)로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든다. 오징어전은, 계란 흰자를 머랭(meringue)처럼 거품을 내서 반죽에 넣어 폭신하면서도 겉은 바삭하게 익도록 한다. 바닷가재 완자탕은, 탕을 끓인 후 소창(면)으로 거르고 계란 흰자로 거품, 기름기 등을 잡아내 맑은 수프인 콩소메(consomm´e)를 국물로 사용한다.
코스 요리를 먹으면서 한번은 웃음 짓게 해야
“코스 요리를 먹을 때는 맛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미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예요. 지루하면 안 되죠. 한 편의 드라마처럼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고, 또 한번은 웃고 지나갈 수 있는 위트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의 메뉴에는 금세 녹아서 매콤새콤하게 물회를 비벼주는 작은 고추장 아이스볼들이 깜짝 등장하는가 하면, 각시탈과 하회탈 모양의 흑미 아이스크림이 망고겔, 레몬겔 장식과 어우러져 재미를 더한다. 찬으로 곁들이는 방울토마토 김치는 앙증맞은 모양의 별미.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잖아요? 가장 마음에 드는 요리 딱 하나를 꼽을 순 없지만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전복 황금팽이 계란찜’이에요. 황금 팽이를 볶아 가장 밑에 깔고, 그 위에 계란찜을 올리죠. 또 위에 다시마에 감싸서 찐 전복을 올리고요. 그 위에 캐비어를 얹고 금가루 장식을 합니다. 코스 요리 중 가장 럭셔리한 요리예요(웃음).”
매월 새로운 메뉴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는 에드워드권은 “셰프 만큼 스펙터클한 직업도 없을 것 같다”고 얘기한다. “고객의 반응에 따라 상실감,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고,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는 그는 주방에서 요리하다가 고객의 반응이 너무 궁금해 홀로 뛰쳐나갈 때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다보니 음식에 대한 평가가 엇갈려 하루에도 수십 번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고 할까요? 누구보다 스릴을 즐기는 사람이 셰프라는 직업에 맞을 거라고 제가 후배들에게 늘 말하곤 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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