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경계에서 꽃을 피우다… 이성자 화백 탄생 100주년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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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서 열려

고 이성자 화백의 1956년 작 ‘눈 덮인 보지라르 거리’(73×116㎝).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고 이성자 화백의 1956년 작 ‘눈 덮인 보지라르 거리’(73×116㎝).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동양적 유산에서 나온 오묘한 성격을 간직한 채 서양미술의 흐름 속에 용기 있게 합류한 본보기다.”(자크 라세뉴 전 프랑스 파리시립미술관장)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이성자 화백(1918∼2009)을 조명한 전시 ‘이성자: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이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다.

올드 팬에게 이 화백은 ‘종이배’를 불렀던 가수 위키 리(본명 이한필·1936∼2015)의 누나로 친숙하다. 위키 리는 KBS 장수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의 초대 MC이기도 했다.

2009년 프랑스 투레트에서 세상을 떠난 이 화백은 흔히 재불 서양화가로 불린다. “이국 땅에서 불모지를 일구듯 치열함과 처절함을 갖춘, 토속적이지 않으면서도 동양적인”(이지은 명지대 교수) 그의 그림은 오히려 더 한국적이었다. 그런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로 미술관은 ‘조형탐색기(1950년대)’ ‘여성과 대지(1960년대)’ ‘음과 양(1970년대)’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1980년대 이후)’로 나눠 소개했다.

이 화백은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켰단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이혼으로 세 아이와 이별한 뒤의 타향살이는 상상 이상으로 고됐을 터. 심지어 고국에선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나는 여자이고, 여자는 어머니고, 어머니는 대지다”라며 여성의 삶을 받아들였다. 미술관은 “어머니와 조국, 아들에 대한 사랑은 삶의 목적이자 그림을 그리는 이유였다”고 설명한다.

1980년대부터 별세할 때까지 천착했던 ‘하늘’과 ‘우주’ 역시 이 화백 인생의 여정이 오롯하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선보인 작업을 그는 “동서의 극을 오가는 내 생활의 그림일기”라고 불렀다고 한다. 전시 제목인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에 담긴 뜻이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극지 풍경에서 경계의 접점과 조우한 것이리라. 그 하늘나라로 떠난 작가는 이젠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작품은 말을 해줄 듯 말 듯하다. 7월 29일까지. 02-2188-6000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이성자 화백#국립현대미술관#재불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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