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다가올 여름밤엔 청량한 ‘시티팝’

‘Midnight City’가 실린 M83의 앨범 ‘HurryUp, We＇reDreaming’ 표지.

2018년 4월 17일 화요일 맑음. 열대야.
#286 M83 ‘Midnight City’(2011년)

지난 주말, 북미 최대 야외 음악축제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코첼라)을 거실에서 즐겼다.

예년처럼 코첼라는 주요 공연 실황을 유튜브로 3일간 생중계했다. 거실 조명을 다 끄고 커다란 TV로 관람했더니 제법 분위기가 났다.

비욘세는 역시 비욘세였다. 무대에 대형 피라미드 형태의 계단을 설치하고, 그 위에 수십 명의 댄서와 연주자를 배치했다. 그들과 어우러지거나 그들로부터 떨어져서 비욘세는 격렬한 안무와 노래로 수만 관객을 들었다 놨다. 남편 제이지, 동생 솔란지, 옛 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를 불러낸 인맥 잔치도 볼만했다.

팝스타의 블록버스터 콘서트는 아니지만 세인트 빈센트, 타시 술타나, 모지스 섬니, 엘로힘의 작은 무대도 그에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다.

네모난 화면 밖으로는 재작년에 다녀온 현장의 기억을 머릿속으로 겹쳐냈다. 모래바람이나 야자수의 흔들림도 눈에 선하지만 40도에 육박하는 사막의 무더위를 견뎌낸 이에게만 허락되는 코첼라 특유의 분홍색 황혼까지도 손에 닿을 듯 오롯이 떠올랐다.

한국에서도 낮 기온이 올라간다. 보나마나 봄은 또 신기루처럼 짧을 것이다. 그 뒤에는 길고 무더운 여름. 친한 음악평론가 H는 다음 달 일본 휴가 때 청량한 느낌 나는 ‘시티팝(city pop)’ 장르의 CD를 한 보따리 사오겠다고 했다.

이 무렵 나도 나만의 시티팝에 빠져든다. 프랑스 밴드 M83의 ‘Midnight City’(사진). 은빛 빌딩 파편처럼 차고 경쾌한 신시사이저 반복악절, 해변의 습기같이 끈적끈적한 색소폰 연주, 그리고 질주하는 하이햇과 약동하는 리듬. 이 노래에 푹 빠진 미국의 한 칼럼니스트는 ‘우리가 미국에서 ‘Midnight City’를 1위 노래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라는 글까지 썼다.

‘도시는 밤에 자라나지/지평선이 타는 걸 봐/네온사인을 따라서/우윳빛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며/도시는 나의 교회/눈부신 황혼으로 날 감싸.’

내비게이션에 ‘열대야’라 입력한다. 요란한 엔진 소리에 눈을 감는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