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시계’로 잘 알려진 브라이틀링은 올해 눈에 띄는 ‘파격’을 선보였다. 브라이틀링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날개 모양 로고 사용을 중단하고 알파벳 B 모양의 새로운 브랜드 로고를 적용했다. 실제 지난달 찾은 ‘바젤월드 2018’ 브라이틀링 부스에는 날개 모양 대신 노란색 대형 알파벳 B 모양의 로고가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전시용 기존 제품 외에는 모두 새 로고가 적용돼 있었다. 확실히 기존 로고에 비해 좀 더 부드럽고 세련된 모습이었다. 새 로고가 적용된 제품들이 배치된 브라이틀링 부스는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과거 일부 클래식 모델에 알파벳 로고를 혼용한 적이 있었지만 브라이틀링은 대부분 제품에 날개 모양 로고를 사용해왔다. 브라이틀링의 이번 ‘깜짝 변신’은 지난해 새로 부임한 조지 컨 브라이틀링 신임 대표의 결단에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브라이틀링은 항공 파일럿 시계에 집중해왔다. ‘브라이틀링=파일럿 시계’라는 강한 이미지 때문에 다이버 시계나 스포츠 시계 등 다른 제품들이 빛을 발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이번 로고 변경은 브라이틀링의 정체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좀 더 넓게 확장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컨 대표는 바젤월드 현장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브라이틀링이 가진 전통을 이어가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입히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로고 변경을 통해 브라이틀링은 기존 브라이틀링 마니아 외에 여성 고객 등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이틀링 관계자는 “날개 모양 로고가 파일럿 시계인 브라이틀링의 상징이긴 하지만, 소비자층을 확대하는 데 한계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면서 “로고 변경을 계기로 성별과 연령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제품들도 계속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로고 변경으로 일부 브라이틀링 마니아들은 얼마 남지 않은 날개 모양 로고 제품 구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브라이틀링이 가장 주력한 모델은 ‘내비타이머8 컬렉션’이다. 컨 대표의 첫 작품인 내비타이머8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에 세련미를 더했다. 모델명의 8은 1938년 설립돼 조종석 기기와 민간·군사 목적의 파일럿 시계를 제작한 브라이틀링 ‘휴잇 항공부서’를 상징한다. 휴잇은 프랑스어로 숫자 8을 뜻한다. 신제품 내비타이머8은 과거 브라이틀링의 파일럿 시계 디자인을 일부 계승·발전시킨 제품이라는 게 브라이틀링의 설명이다.
내비타이머8을 제작한 기 보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브랜드의 미래 비전에 부합하는 동시에 20세기 초중반 브라이틀링이 제작한 시계들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디자인 측면에서 휴잇 항공부서가 만든 항공기 시계와 손목시계 내비타이머 사이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이버 시계 ‘슈퍼오션’ 출시 60주년을 맞아 지난해 새 로고와 크기를 적용해 내놓은 ‘슈퍼오션 헤리티지Ⅱ’ 모델도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1957년 첫선을 보인 슈퍼오션 컬렉션은 전문 다이버와 스킨스쿠버 마니아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올해는 기존 모델보다 큰 지름 44mm의 모델을 새로 선보였다.
지름을 키운 헤리티지 모델과 달리 기존 출시 제품보다 크기를 줄인 것들도 눈에 띄었다. 브라이틀링의 대표 스테디셀러인 내비타이머1은 올해 바젤월드에서 38mm 모델을 선보였다. 이번 신제품에는 골드 베젤이 적용돼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지름을 줄인 신제품 출시는 로고 변경을 통한 소비자층 확장과 결을 같이 한다. 브라이틀링 관계자는 “그동안 작은 크기의 모델이 많지 않아서 아쉬워하는 여성 소비자가 많았다”면서 “새 모델 출시로 내비타이머1을 구입하는 여성 고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출시하는 신제품들은 하반기(7∼12월)부터 차례로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이달 25일에는 컨 대표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 브랜드와 새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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