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텍필립, 오메가, 브라이틀링 등 스위스 시계 브랜드 일색인 바젤월드 행사장에서 마주한 세이코는 특별했다. 국내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전 세계 유명 시계·주얼리 브랜드 틈에서 조우한 아시아 브랜드. 반가운 마음부터 들었다.
흔히 세이코가 유럽 브랜드에 비해 짧은 역사를 가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세이코의 첫 시작은 18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지로 작동하는 쿼츠 손목시계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스위스 시계산업을 휘청이게 한 것도 세이코다. 당시 세이코는 유럽의 전통 시계 브랜드에 누구보다 위협적인 존재였다.
바젤월드에서 세이코는 아시아 대표선수였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1층 전시관에 비해 다소 한산한 2층에 자리를 잡았지만 부스 안은 아시아 대표선수를 만나러 온 시계 마니아들로 북적였다.
이번 바젤월드에선 세이코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그랜드세이코 제품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세이코의 고급 컬렉션이었던 그랜드세이코는 2010년 이후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프리미엄 라인을 강화하기 시작한 세이코는 지난해 그랜드 세이코를 독립시켰다. 자동차로 말하면 일본의 자동차 브랜드 도요타와 렉서스의 관계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바젤월드 현장에서 본 그랜드세이코 제품들은 스위스 전통 시계 브랜드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고급미가 느껴졌다.
세이코는 이번 바젤월드에서 그랜드세이코의 대표적인 쿼츠 무브먼트(동력장치) ‘9F’의 내구성과 정확성을 강화한 ‘9F83’ 무브먼트를 장착한 신제품 ‘SBGT241G’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그랜드세이코의 쿼츠 무브먼트 9F 출시 25주년을 기념해 만든 제품이다. 디자인은 1993년 출시한 오리지널 모델과 많이 닮았다. 다만 현대적인 감각을 살리기 위해 크기를 키우고 로고를 12시 쪽으로 옮겼다. 시계 뒷면(케이스백)에는 18K 옐로 골드로 만든 사자 엠블럼 장식이 새겨져 있다.
1998년 첫선을 보인 기계식 무브먼트 9S 출시 20주년 기념 모델로 나온 ‘하이비트 36000’도 눈여겨봐야 할 신제품이다. 이 제품에 장착된 9S 무브먼트는 1000분의 1mm의 아주 적은 오차율을 기록할 정도로 정확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S 무브먼트는 그랜드세이코의 모든 기계식 시계 제품 제작에 근간이 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전 세계 1500개 한정판 모델로 1998년 최초 모델의 디자인을 차용해 발전시켰다. 국내에는 5개가 한정판매된다.
그랜드세이코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건 브랜드의 근간인 세이코 모델들이다. 최근 선보인 스포츠 시계 ‘아스트론 이그제큐티브시리즈’는 기능적인 측면을 극대화시킨 제품이다. ‘GPS 솔라’ 기능이 장착돼 있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정확한 시간을 자랑한다. 이번 신제품에는 아스트론 컬렉션 최초로 20기압 방수기능이 적용돼 눈길을 끌었다.
세이코의 ‘프리미어’ 컬렉션도 세이코가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제품 라인이다. 특히 조코비치 에디션이라고 불리는 이번 신제품은 테니스 황제 조코비치를 위해 제작된 첫 번째 기계식 시계다. 테니스 그물망을 형상화한 시계 앞면(다이얼)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시계 뒷면에 새겨진 조코비치의 서명과 알파벳 ‘D’ 엠블럼도 눈에 띈다. 이 제품은 올해 9월부터 판매된다.
세이코 관계자는 “매년 시간의 정확성과 시계의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특히 브랜드의 프리미엄 라인인 그랜드세이코의 제품 라인업을 앞으로 계속 확대해 프리미엄 시계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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