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트럼프의 대선 도전, 브랜드 가치 위한 전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1일 03시 00분


◇노(NO)로는 충분하지 않다/나오미 클라인 지음/이순희 옮김/384쪽·1만7000원/열린책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탈적인 인물이 아니라 지난 반세기 동안 전조로 나타났던 최악의 동향들이 혼합되어 만들어낸 논리적인 결과물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의 요지는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트럼프가 보여주는 모습은 한 개인의 돌출적인 행동이 아니라 지난 반세기 동안 지속되어 온 ‘위험한 흐름’이 한 개인에게 집약되어 나타난 것이라는 진단이다.

트럼프를 정면 비판한 책 ‘화염과 분노’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는 트럼프 개인과 주변 인물 등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이 책은 트럼프가 지난 반세기 바람직하지 않은, 그래서 위험한 흐름이 집약된 인물이라며 트럼프의 출현이 예견되어 있었다고 해석한다.

한 예로 ‘본질적인 기능에 충실한 상품을 생산하기보다는 어느 문화 집단의 한 일원이 되는 욕망을 자극하는 흐름’으로 ‘브랜드’화를 규정하고 ‘트럼프 브랜드’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한다. 트럼프는 그의 부동산이나 예능 TV 프로그램을 통해 ‘트럼프’라는 브랜드를 대중에게 각인시켜 사업을 번창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보탠 것도 트럼프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린다.

클라인은 ‘재난 자본주의와 충격 정치’라는 책에서 전쟁, 테러, 시장 붕괴 등 충격으로 혼란에 빠진 현실을 이용해 친기업적인 조치가 나왔다고 비판한 것처럼 이 책에서도 트럼프가 취임 후 충격을 선호하는 것은 충격을 통해 뭔가의 이득을 노리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라고 해석한다.

“문제는 백악관의 트럼프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트럼프”라는 저자의 지적에 누구보다 트럼프가 섬뜩함을 느낄 것 같다. “내가 위험한 흐름의 결집체라니!”라고 생각하면서.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노로는 충분하지 않다#나오미 클라인#이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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