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며 쉬며 일하며 너… 착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8일 03시 00분


[토요기획]도심 속 공짜 코워킹스페이스

정해진 사무실 없이 노트북컴퓨터만 들고 다니며 일하는 ‘노마드(Nomad·유목민)족’ A 씨. 그는 와이파이, 콘센트, 널찍한 테이블을 갖춘 카페에서 주로 서식한다. 출퇴근이 자유롭지만 이따금 업무 환경이 불만족스럽다. 괜스레 직원 눈치가 보여 음료를 자꾸 주문하게 되고, 동네 노마드족이 한꺼번에 몰리는 날엔 숨이 막힌다. 그가 돈 걱정 없이 ‘놀멍쉬멍’ 일할 쾌적한 공간은 없을까.

‘생각의자’ 앉으면 창의력이 쑥∼

서울 지하철 5, 6호선과 공항철도, 경의중앙선 등 4개 노선이 지나는 공덕역 2번 출구에서 나와 5분 정도 언덕을 오르면 우뚝 솟은 흰색 건물이 나온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창업허브’다. 과거 산업인력공단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올해 1월엔 별관도 만들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환하고 널찍한 공간이 펼쳐진다. 채광도 좋지만 빨강 주황 노랑 초록 등 원색을 써서 실내를 밝게 꾸몄다. 창업가와 예비 창업가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본관 1∼3층 전체와 10층 테라스, 별관 옥상, 외부 운동 공간 등 일부는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 예비 창업가와 직장인이 주로 이용하지만 주말이면 아이와 함께 이곳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계단형 극장’ ‘미끄럼틀’ ‘생각의자’ 등을 갖춘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계단형 극장’ ‘미끄럼틀’ ‘생각의자’ 등을 갖춘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3층은 모두 ‘계단형 극장’으로 연결돼 있다. 2층과 3층은 어른 미끄럼틀로도 이동할 수 있다. 1층의 ‘코워킹 공간’에는 좌석 104석이 마련돼 있다. 25일 오전 10시, 20여 명이 노트북, 스케치북, 메모장, 책 등을 펼쳐 놓고 제각각 자기 일에 빠져 있었다. 코워킹 지역 옆에는 화이트보드와 좌석이 일체형으로 붙은 ‘생각의자’가 자리 잡고 있다.

건물 한가운데 자리한 계단형 극장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 봤다. 2층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독립형 사무공간’. 비행기 1등석 좌석처럼 칸막이가 쳐져 있어 일에 몰입하기 좋다. 바로 옆에는 달걀 의자와 털썩 누울 수 있는 놀이공간이 있다. “이곳에서 낮잠을 자거나 미끄럼을 타도 어느 누구도 눈치를 주거나 간섭하지 않는다”고 서울창업허브 관계자는 귀띔했다.

3층에 위치한 ‘키친 인큐베이팅’에서는 외식업 예비 창업자들이 정성껏 만든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3개월 단위로 업체가 바뀐다. 가격은 7000∼8000원 선. 도시락이나 1층 편의점에서 구입한 간편식을 3층에서 먹는 이들도 많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1층 카페의 아메리카노는 2500원, 주차는 1시간에 3000원이다.

한 층 전체가 뻥 뚫려 있는 경기 성남시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한 층 전체가 뻥 뚫려 있는 경기 성남시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구글 뺨치는 플레이그라운드

신분당선 판교역 인근에 위치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9층에 위치한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 문을 열고 들어서자 놀이터와 사무실을 합친 듯한 공간이 나타났다. 1200m² 규모의 1층 전체가 뻥 뚫려 있고, 입구엔 간단히 전자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거실처럼 자리 잡고 있다. 그 뒤로 기다란 도서관 책상이 놓인 ‘코워킹 공간’과 소파와 화이트보드가 놓여 있는 ‘미팅 공간’이 펼쳐졌다.

사무실 한 구석에선 3, 4명이 대형 모니터와 노트북을 펼쳐 놓고 열심히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에선 모니터 등 일부 기기는 대여도 가능하다. 미팅룸은 홈페이지에서 당일 예약해 4시간까지 이용 가능하다. 교육 공간인 세미나실도 예약하면 사용할 수 있다.

거실 옆에는 키친이 마련돼 있다. 건물에 편의점이 없는 대신 냉장고를 마련해 필요한 것들을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냉장고 속엔 이름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은 오렌지주스와 커피, 케이크 등 먹을거리가 가득했다. 커피머신과 정수기가 있어 텀블러를 갖고 다니면 편할 것 같았다.

점심은 자장면 등 배달 음식을 시키거나 도시락을 가져와 키친에서 해결하면 된다. 10층 식당도 4000원짜리 식권을 구입하면 이용할 수 있다. 주차는 3시간까지 무료. 이후엔 10분당 500원, 하루 최대 2만 원에 사용할 수 있다.

사무실 왼편 창가에는 ‘리프레시룸’이 자리하고 있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 잠시 몸을 뉠 수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전망은 좋다. 통유리창을 통해 올려다본 하늘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졌다.

장기 대여가 가능한 사물함과 조용하게 통화를 할 수 있는 전화 부스도 마련돼 있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말에도 운영한다. 경기도는 문화창조허브공간을 수원 광교와 의정부, 시흥 등지에서도 운영 중이고, 조만간 고양시 일산신도시에도 마련할 예정이다.

7층의 ‘경기콘텐츠코리아랩’도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9층과 비슷하지만 분위기는 도서관에 가까웠다. 명사들이 기부한 책이 꽤 많이 비치돼 있었다. 이곳에는 회의실은 물론이고 녹음실, 맥 컴퓨터가 구비된 디자인실, 전문 촬영이 가능한 스튜디오 등 다양한 공간이 들어서 있다.

럭셔리 분위기에 업무효율 Up!


서울 용산구 청파로에 위치한 서울글로벌창업센터 4층도 노마드족이 찾아볼 만한 곳이다. 서울시가 지원하며 ㈜르호봇 비즈니스 인큐베이팅이 위탁 운영한다. 470m² 규모로 최대 70명 이상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여러 명이 같이 앉아 얘기할 수 있는 테이블과 10인실, 4인실, 세미나실 등이 있다.

세미나실은 이메일이나 전화로 예약하면 월 10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물, 커피머신, 차 등 음료가 비치돼 있다. 식사 반입은 허용되지 않는다. 비즈니스호텔처럼 차분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프린터 복합기와 빔 프로젝터 등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언어 수업과 스타트업 관련 세미나가 종종 열려 아이디어를 구하기 좋은 환경이다.

이 밖에 서울 은평구 통일로의 서울혁신파크 혁신동 1, 2층에는 올 6월쯤 시민 개방 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또 서울 강남구 개포로 개포디지털혁신파크 운동장에는 올해 안에 컨테이너박스를 이용한 시민 코워킹스페이스가 꾸며질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이태원 ‘블루스퀘어 북파크’
서울 이태원 ‘블루스퀘어 북파크’
찾아보면 쏠쏠한 뜻밖의 공간 많아

코워킹 스페이스는 아니지만 서점과 도서관 중에서도 놀멍쉬멍 일하기 좋은 곳이 적잖다. 이태원의 복합문화시설 블루스퀘어의 북파크가 대표적으로 책이 우거진 숲 같은 공간이다. 서점에 들어서면 1층부터 3층까지 수천 권의 책이 꽂힌 높이 24m 서가에 압도된다. 미로같이 구분된 공간 구석구석에 의자가 놓여 있어 책을 읽으며 일하기에 좋다. 테이블 50여 개와 의자 200여 개,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계단 등이 마련돼 있다. 일반 서적과 중고 서적-팬시 용품 등을 구경하며 머리를 식힐 수 있다. 화창한 날엔 3층 테라스에 나가 볕을 쬐며 일할 수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 ‘이진아도서관’
서울 서대문구 ‘이진아도서관’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 인근에 위치한 ‘이진아기념도서관’의 3, 4층 공간은 탁 트인 창이 업무 욕구를 자극한다. 국내 공공도서관 중 개인의 이름을 딴 첫 도서관으로, 미국 유학 중 사고로 사망한 고(故) 이진아 씨의 아버지 이상철 씨가 책을 좋아하던 딸을 기리기 위해 50억 원을 기부해 세웠다. 인왕산을 품은 듯한 디자인으로 2006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받았다. 뒤편으로 안산자락길이 이어져 있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일대 세운전자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갖고 있다. 청계동 304호의 ‘세운테크북라운지’에선 최신 과학기술 서적과 DIY(Do It Yourself) 관련 책 5500여 권이 구비돼 있다. 세운상가 2층의 ‘세운인라운지’는 제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슈팅스튜디오’, 휴식 공간인 ‘주민사랑방’, 사무 공간인 ‘세운워크룸’ 등이 있다. 운영 시간은 매주 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

일하기 좋은 마트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롯데마트 양평점 1층의 ‘어반포레스트(urban4rest)’. 주말과 평일 오후엔 아이들로 붐비지만 평일 오전엔 노트북을 켜고 업무 삼매경에 빠진 이들을 적잖게 볼 수 있다. 도서관에서나 볼 만한 테이블 의자, 소파, 계단 등이 놓여 있다. 다만 음식점, 디저트 카페와 같은 층에 있어 간식을 자꾸 찾게 된다는 게 단점. 방문객이 많은 주말에는 다소 시끄럽다. 서울 은평구 롯데마트 은평점 4층에도 북한산을 바라보며 일하기 좋은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노마드족#코워킹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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