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왕국’ 디즈니는 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세계 어린이들을 사로잡았다. 소녀들은 예쁜 공주 인형을 갖고 놀며 왕자와 함께하는 화려한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햇빛이 강한 남유럽의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여성들과는 달리 스페인의 백설공주는 실내에 갇혀 성장해 흰 피부를 자랑한다.
초기 디즈니 작품인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백설공주와 ‘알라딘’의 공주 자스민은 품성이나 능력이 아닌 미모 때문에 칭찬받는다. 반면 신대륙 미국에서는 ‘공주와 개구리’에서 식당 개업이 꿈인 티아나와 함께 지혜롭고 용감한 인디언 공주 ‘포카혼타스’가 여권 신장에 앞장선다. 아시아에서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독립적인 중국 여성 ‘뮬란’이 가문을 일으키고 나라를 구하는 여전사로 맹활약한다.
외모 가꾸기를 중시하는 프랑스 여성들은 어릴 때부터 새침한 공주 스타일 소녀가 주인공인 고전 동화에 익숙하다. 하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프랑스 출신 공주는 조금씩 진보해 왔다. 왕자의 키스를 받아야 깨어나는 수동적인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서 ‘미녀와 야수’에 등장하는 활동적인 공주로 발전한 것이다. 그리스에서 기원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에서 다양한 버전의 이야기로 전승돼 온 ‘신데렐라’는 새어머니와 언니들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버텨 결국 왕자의 선택을 받는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로 인기를 끌었다.
노르웨이 설화가 바탕이 된 ‘겨울왕국’ 속 스칸디나비아 공주 자매는 북유럽의 양성평등적 문화를 반영한다. 여전히 사랑에 흔들리는 늘씬한 몸매의 금발 미녀이기는 하지만 반전 결말로 독립적인 여성상을 지향한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양성평등국가인 독일을 배경으로 그림형제의 원작 동화를 각색한 ‘라푼젤’ 공주는 모험을 떠나는 적극적인 캐릭터다.
디즈니 역사상 가장 씩씩한 여주인공은 ‘메리다와 마법의 숲’에 등장하는 스코틀랜드 공주다. 16세기경 잉글랜드의 속국으로 전락한 역사를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스코틀랜드인들은 지금도 독립을 열망한다. 잉글랜드뿐 아니라 로마인, 바이킹과 싸우고 교류하며 강화된 스코틀랜드 여성의 진취적 기상은 스웨덴 출신인 말괄량이 삐삐 못지않다. 붉은 곱슬머리를 휘날리며 말 타고 활 쏘는 메리다는 외모보다는 용기와 실력으로 인정받는다.
곧 어린이날이다. 남자 어린이에게는 기차 자동차 비행기 등 모험을 상상하게 하는 장난감을, 여자 어린이에게는 예쁜 인형과 소꿉놀이 용품을 선물하기 쉽다. 하지만 어린 시절 갖고 놀던 장난감 하나가 자녀의 미래를 바꾸는 꿈의 날개가 될 수 있다. 제인 구달(84)이 세계적인 영장류 연구자가 된 계기는 아버지가 생일 선물로 준 침팬지 인형이었다. 런던 동물원의 침팬지에 푹 빠진 소녀는 아프리카에서 동물을 연구하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연간 300일 이상 비행기로 이동하며 세계를 누비는 그는 어릴 적부터 갖고 놀던 낡은 침팬지 인형을 늘 지니고 다닌다. 올해는 ‘선물의 나비효과’를 고려해 양성평등적인 책과 장난감을 건네면 어떨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