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50주년 순회공연, 평양-신의주로 이어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30일 03시 00분


남북의 봄, 문화교류 기대 높아져


봄소식은 숫자로 오지 않는다. 화사한 꽃의 감성으로 은유된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고조된 화해 분위기는 문화계도 이어받는다. 29일 문화계에 따르면 공연, 방송, 학술 등 각 분야에서 이미 남북 교류의 청사진을 준비하고 있다.

○ 남북 교차·합동 공연 정례화

대중음악계에서 우선 관심을 모으는 공연은 개최가 확정된 국제음악축제 ‘피스 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이다. 6월 서울과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일원에서 열린다. 페스티벌 측은 “북한 현지 음악가 섭외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듯하다”며 “남북과 세계의 대중음악가가 하나 되는 무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용필의 50주년 기념 투어가 평양, 신의주로 이어질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5월 서울 잠실에서 시작하는 조용필 순회공연은 6월 의정부 공연까지만 확정된 상태. 앞서 조용필은 2005년 평양에서 남한의 투어와 연계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필 앤드 피스(Pil & Peace)’란 제목을 내걸고 5월 제주에서 출발해 8월 평양 공연으로 무대를 이어갔다. 조용필의 공연 관계자는 “여건이 허락되면 투어를 북한으로 이어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윤도현도 이달 남북 합동공연 때 “YB와 삼지연 관현악단이 함께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북측에 전달했다.

○ 평양서 발레 공연, 문인 교류

클래식, 무용, 국악 등의 남북 교류도 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2월과 4월 남북 예술단 공연이 대중음악에 치우쳐 있었다”며 “다음 순서는 순수예술과 무대예술 분야의 교류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올해 2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에게 “통일이 되기 전에 평양에서 발레 공연을 해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과도 맥이 통한다. 2011년 방북해 북한 현지 악단을 지휘했던 정명훈 전 서울시향 지휘자를 축으로 한 클래식 교류에 대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악은 남북 교류로 가장 시너지를 많이 낼 분야다. 이번 정상회담 환영 만찬도 북측 악기인 옥류금(전통악기를 1970년대 개량한 현악기)과 남측 악기 해금의 합주로 문을 열었다.

현재 가장 구체화된 건 겨레말큰사전 공동 편찬이다. 북측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측은 “사업회 북측 대표인 문영호 위원장이 ‘봄이 온다’ 공연 즈음인 3월 27일 팩스를 보내 남북 정상회담 이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재개하자고 제안했다”며 “남북 실무접촉이 늦어도 5월 중순에는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은 남북언어 통합을 위해 2005년 시작됐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2015년 이후 교류가 끊겼다. 편찬 작업은 이미 절반 이상 진척됐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인 시절 참여했던 ‘6·15 민족문학인협회’를 통한 남북 문학인 교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남북 공동기획 고구려문화전’을 찾은 학생들이 강서큰무덤 모형에서 고분 벽화를 감상하는 모습. 동아일보DB
2004년 ‘남북 공동기획 고구려문화전’을 찾은 학생들이 강서큰무덤 모형에서 고분 벽화를 감상하는 모습. 동아일보DB

○ 북한 고려 유물 전시될까

개성 만월대 유적 공동 발굴조사도 다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만월대는 1361년 홍건적의 침입으로 소실된 고려 왕궁터로 2007∼2015년 7차례 남북 공동 발굴에서 금속활자를 비롯한 고려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다만, 당시 남측 학자들이 개성공단의 호텔에 머물렀던 만큼 폐쇄된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할지 여부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12월 ‘대(大)고려전’에 북측의 고려 유물을 빌려 전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도 “황해도 해주 안 의사 생가를 복원하면서 2019년 3월 안 의사 순국 109주기 추모식은 생가에서 남북이 공동 개최할 수 있도록 타진하고 있다”고 했다.

남북 문화 교류는 경중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광식 남북역사학자협의회 공동위원장(고려대 교수)은 “평양 인근 고구려 고분 벽화의 조사와 보존 처리가 긴급하다”며 “약 10년 전 공동 조사가 중단될 당시 북한에 두고 온 설비도 있고, 북측과 합의해 놓은 조사 계획도 있어 곧바로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계도 교류 방안에 부심하고 있다. KBS는 △조선중앙TV와 실시간 영상 상호 교환 △교향악단 합동 공연 △백두대간 다큐멘터리 공동 제작을 추진키로 했다. KBS 남북교류협력단의 원종진 팀장은 “장기 목표는 평양지국 설치와 특파원 파견”이라며 “협의가 진행되면 TV 뉴스의 매일 날씨 꼭지에서 평양과 백두산의 실시간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윤 imi@donga.com·조종엽·박선희 기자
#남북 교류#피스 트레인 뮤직 페스티벌#비무장지대#조용필#북한 고려 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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