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 시간) 막을 올리는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이 세 가지를 볼 수 없게 됐다. 예술성에 대한 존중과 할리우드 영화에 맞선 다양성으로 세계 3대 영화제에 자리매김한 칸 영화제가 이번에는 온라인과 모바일에 전면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영미권 매체는 ‘칸이 시대 흐름에 뒤처졌다’고 비판하지만 예술감독 티에리 프레모는 “칸은 언제나 논란의 가운데서 새로운 실험을 해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레드카펫 위 ‘셀피’ 금지는 프레모가 프랑스 언론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프레모는 “레드카펫 위 셀피 때문에 동선이 어그러지고 불편을 야기한다. (셀피를 찍는 모습은) 아름답지 않으며 기괴하다. 영화에 대한 존중을 되살릴 것”이라고 했다. ‘존중’을 언급한 대목에서 동선 문제보다 모바일을 통해 영화제를 가볍게 소비하는 세태에 대해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흐름은 사전 시사 폐지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까지 기자와 평론가는 사전 시사로 미리 작품을 봤다. 이 때문에 제작진과 배우가 혹평 세례를 받은 후 레드 카펫에 등장하는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제작진의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프레모는 이 조치를 설명하면서도 소셜 미디어 ‘트위터’를 언급했다. 그는 “칸에서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마자 모두가 가장 먼저 트위터에 감상을 올리기 바쁘다. 하지만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이 말했듯 과거 평론가들은 수요일 개봉한 영화를 일반 관객과 함께 보고 금요일에 비평을 했다”며 “평론가들도 트위터 한줄 감상과 다른 차원의 비평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를 제외한 건 넷플릭스의 불참 선언으로 발생한 일이지만, 이 역시 전통 매체를 중시하는 프랑스 법과 관련 있다. 프랑스에서는 극장 상영 영화는 36개월이 지나야 온라인이나 DVD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극장 상영을 거부하자 칸이 경쟁 부문 출품을 금지했고 이에 불참을 선언하기에 이른 것이다. 넷플릭스는 출품작으로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 등을 준비하며 주목도를 높이려 했다. 오손 웰즈(1915~1985)의 미공개 유작 ‘바람의 저편’ 공개가 무산된 것은 아쉽다. 이에 대해 프레모는 “황금종려상 수상자이자 심사위원장이었던 오손 웰즈가 칸에 오지 못한 것은 불행”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올해 칸에는 쟁쟁한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경쟁부문에 프랑스 장 뤽 고다르감독의 신작 ‘이미지의 책’, 미국 스파이크 리 감독의 ‘블랙 클랜스맨’, 이란 자파르 파나히감독의 ‘스리 페이스’ 등이 초청됐다. 2011년 칸 영화제에서 나치 옹호 발언으로 추방된 라스 폰 트리에 감독도 비경쟁작 ‘잭이 지은 집’으로 7년 만에 돌아왔다.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발표한 ‘버닝’도 수상을 노리고 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이창동 감독 영화 6편 중 5편이 칸에 초청됐고 ‘밀양’과 ‘시’가 여우주연상과 각본상을 각각 받았다”며 “‘버닝’ 역시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고 좋은 결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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