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사는 유인원인 침팬지, 고릴라, 보노보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숲의 사람’이라는 의미를 지닌 오랑우탄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유인원이다. 오랑우탄 서식지는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 수마트라섬에 집중돼 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유명 인사들의 특별한 사랑을 받는 오랑우탄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동남아시아 열대우림은 생태 관광지로 급부상 중이다. 싱가포르인들은 동물원의 대표 브랜드로 오랑우탄을 내세우고, 오랑우탄과 아침 식사를 하는 관광 상품을 개발했다. 싱가포르 동물원의 안주인으로 인기를 끌었던 할머니 오랑우탄 아멩이 숨을 거두자 조각상을 세우고 추모 우표까지 발행했다.
인간과 영장류에게만 나타나는 특징 63가지 중에서 오랑우탄은 인간과 같은 점이 28가지나 된다고 한다. 인간과 DNA가 가장 유사하다는 침팬지는 2가지, 고릴라는 7가지였다. 팔이 아프면 소염진통 효과가 있는 식물을 씹어 연고처럼 만들어 바르거나 거울을 들여다보며 외모를 가꾸는 오랑우탄은 인간과 별로 다를 게 없다. 영화 ‘혹성 탈출’, ‘라이프 오브 파이’에도 오랑우탄이 등장한다.
평생 최대 3마리의 새끼를 낳아 기르는 오랑우탄의 모정은 눈물겹다. 수컷의 도움 없이 홀로 출산하고 젖을 먹이며 무려 7년간 양육에만 전념한다. 엄마는 아기 오랑우탄과 함께 여행하며 숲의 지도를 자연스럽게 전수한다. 매일 나무 위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고 위험을 피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계절에 따라 나무가 열매 맺는 시기를 간파하고 있는 오랑우탄은 ‘숲의 정원사’다. 두리안, 무화과, 리치 등 열대 과일과 씨앗, 영양가 높은 곤충을 찾아내는 방법을 새끼에게 직접 보여준다. 오랑우탄 연구자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보르네오섬에서는 오랑우탄 보호가 비교적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수마트라섬의 오랑우탄은 개체수가 급속도로 줄어 멸종 위기에 처했다.
수마트라에서 연구하던 중 평소 온순했던 오랑우탄이 갑자기 날카롭게 소리를 질러 놀란 적이 있다. 낯선 사람들이 아기 오랑우탄에게 접근하자 엄마가 목숨을 걸고 격렬하게 저항한 것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 처하더라도 절대 아기를 포기하지 않는 엄마 오랑우탄을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아기를 잃은 어미 오랑우탄의 슬픈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다.
팜유 수요가 늘면서 오랑우탄의 생활 터전인 숲이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과자, 라면, 케이크뿐 아니라 비누와 립스틱에도 팜유가 들어간다니, 우리의 일상이 오랑우탄과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동남아산 목재로 만든 가구와 건물, 인테리어에도 오랑우탄의 눈물이 배어 있을지 모른다. 영국 화장품 기업 러시는 ‘SOS 수마트라 캠페인’에 동참해 팜유를 사용하지 않은 샴푸 바를 만들어 판매 수익금을 수마트라 야생동물 서식지 보존사업에 기부하고 있다. 환경 파괴의 주요 사례로 아마존 열대우림을 얘기하지만 이제 우리와 가까운 열대우림, 오랑우탄이 살아가는 동남아에도 관심을 가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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