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하이네 작사, 슈만 작곡… 독일판 ‘갑돌이와 갑순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8일 03시 00분


하이네
가요 ‘갑돌이와 갑순이’를 모르는 분은 없겠죠? 한동네에서 서로 사랑하던 두 남녀가 그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다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나서 아쉬움과 슬픔을 간직하며 살아간다는 내용이죠. 1960년대 큰 인기를 끈 이 노래는 원곡이 1939년 음반으로 나온 ‘온돌야화’라고 합니다. 당시 노래 속 주인공은 ‘갑돌이와 갑순이’가 아니라 ‘박돌이와 갑순이’였다고 하네요.

그런데 독일판 ‘갑돌이와 갑순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하이네의 시에 슈만이 곡을 붙인 가곡집 ‘시인의 사랑’ 가운데 열한 번째 곡인 ‘한 총각이 한 처녀를 사랑했네’입니다. ‘갑돌이와 갑순이’와 비슷하지만 다른 점도 있습니다. 가사는 이렇습니다.

‘한 총각이 한 처녀를 사랑했네/처녀는 다른 남자를 택했네/그런데 그 다른 남자는 또 다른 처녀를 사랑해서/결혼해 버렸다네/첫 번째 처녀는 화가 나서/길에서 마주친 사람 중 가장 나은 사람과 결혼했다네/총각은 성이 났다네.’

‘갑돌이와 갑순이’보다는 복잡하죠?

A남은 B녀를 사랑하는데 B녀는 C남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C남은 D녀와 결혼했고, B녀는 화가 나서 E남과 결혼했으니 당연히 A남이 화가 났습니다. ‘갑돌이와 갑순이’는 서로 몰래 사랑하고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넷이지만, 하이네의 스토리는 ‘애정 화살표’가 마구 다른 사람으로 튑니다. 그렇지만 자기가 사랑했던 사람이 결혼해서 속상한 남녀가 있는 점은 같습니다.

왜 이런 이야기가 시와 가곡으로 탄생했을까요? 가사를 쓴 하이네는 사촌 아말리에를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아말리에는 하이네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다른 남자를 사랑했는데 그 남자는 다른 여자와 결혼했습니다. 아말리에도 화가 나서 결혼을 했지만 그 상대방은 아말리에 자신에게도 낯선 남자였습니다. 하이네는 이 속상한 얘기를 시로 썼던 것입니다.

5월에는 이 노래가 들어 있는 슈만 ‘시인의 사랑’이 유독 자주 연주됩니다. ‘시인의 사랑’ 첫 곡이 ‘아름다운 오월에’라는 곡이기 때문이기도 하죠.

이 글을 읽는 독자께서 미혼이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아름다운 오월에 고백을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하이네#한 총각이 한 처녀를 사랑했네#슈만#시인의 사랑#아름다운 오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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